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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9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특별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여권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박 대표는 "대표직을 걸고라도 국보법 폐지를 저지하겠다"며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거는 '초강수'를 던졌다.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을 강행처리하자 박 대표는 2005년 12월 13일 '상생'이란 자신의 정치기조를 깨고 53일간의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런 박 대표의 강경한 태도에 여론은 등을 돌렸다.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런 행보는 결국 박 대표에게 '스킨십 부족' '리더십 부족'이란 꼬리표를 붙였다.
그래도 박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의 문제제기에 박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근간이 무너진다"고 받아쳤다. 출발 당시 좋지 않던 여론은 반전됐고 결국 이런 박 대표의 '정면돌파'는 기존의 '연약한 이미지'와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또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며 박 대표를 '보수세력의 대표주자'로 우뚝 세웠다.
2007년 1월 25일 박 전 대표는 이런 대표시절의 강경한 모습을 재연출했다.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태민안 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특강을 한 박 전 대표는 '국가 정체성'카드를 다시 꺼냈다.
이날 강연에서 박 전 대표는 사전에 배포한 원고에도 없던 '국보법'과 '사학법'을 언급하며 "친북좌파세력으로부터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결코 물러설 수 없다" "국가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헌법질서를 뒤엎는 행위, 국가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체제수호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어 "우리는 지금 헌법정신 조차 흔들리는 나라에 살고 있다. 헌법정신과 국가기강을 무너뜨리는 좌파 포퓰리즘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사학법 장외투쟁 당시 사용하던 과격하고 선동적인 단어도 다시 꺼냈다. 박 전 대표는 "국가지도자와 그 주변의 핵심세력이 문제의 근원이다. 이들의 잘못된 생각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그 사람들 입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킨다고 하지만 국보법을 폐지하려 했고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켰고, 사학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이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마치 이념적으로 편향된 것이라 지적한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이 선출하고 뽑았지만 잠시 위임받은 권력을 잘못 사용해 국민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한 700여명의 각계각층 보수 인사들에게는 "훗날 역사에서 나라가 근본부터 흔들릴 때 우국충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우리가 중심이 돼 대한민국의 운명을 건져냈고 그래서 오늘의 번영과 자유와 평화를 얻어낸 것이라고 기록되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외치며 강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옛 선인의 말씀에 사람의 마음이 모이는 곳에 기가 쌓이고 그 기가 충만할 때 하늘과 땅이 움직인다. 한 사람의 소원은 소원으로 끝날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간절히 소망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런 강경한 행보가 대한민국 재도약의 해답이라는 점도 적극 설파했다. 그는 "땅이 흔들리면 어떤 좋은 설계도로도 건물을 제대로 올릴 수 없는 것처럼 대한민국 토대가 허물어지면 선진화도 민생경제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대권행보의 초점을 '경제'에 맞추는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는 '보수강화'를 자신의 대권전략으로 선택한 모습이다. 또 본선보다 일단 당내 경선에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외연확대를 노리고 어설픈 행보를 하는 것 보다 '보수강화'로 집토끼를 확실히 잡아두는 것이 당내 경선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당내에선 '보수결집이 경선승리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전망을 하는 이가 적지않다.
이날 참석한 국태민안 포럼도 보수색체가 강한 모임이다. 정치적 위기에 처할 때 마다 박 전 대표는 '보수강화'를 선택해 정면돌파를 했고 그때마다 성공한 경험이 있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에 크게 뒤쳐진 위기상황이다. 박 전 대표 진영은 지지율 격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박 전 대표가 '여성'이란 점을 꼽는다. 강연 때 마다 영국의 대처 수상이 빠지지 않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 진영은 이 같은 '보수강화' 행보가 '여성'이란 단점을 보완하고 보수층 흡수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한편 참석자들은 박 전 대표의 강연 내내 박수갈채를 보냈다. 사회자는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 다소 과격하더라도 이해해달라"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해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고도 했고 참석자들에게 "요즘 살기 편안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그래서 어머니 처럼 자애롭고 강인한 박근혜 대표님을 모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이런 뜨거운 호흥에 박 전 대표 역시 "이곳까지 걸어들어오면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똑같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화답했고 강연이 끝난 뒤엔 참석자 전원과 일일이 사진 촬영을 하는 열의도 보여 눈길을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