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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3일 95평 남짓한 자신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국회의원 46명과 지지자 20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측근들은 "이젠 전면전"이라고 말한다. 본격적인 추격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 자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치는 넘어섰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에선 이 전 시장의 지지율에 의원들은 물론 당 전체가 동요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대 관심사는 '과연 언제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느냐'다.
신년 초 발표된 각 언론사 여론조사가 1차 분수령이었다면 설(2월 18일)연휴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2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가 신년 초부터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조사에서도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 측의 심리적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현재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2월 14일)를 끝내고 본격적인 전열정비에 들어갈 때다.
박 전 대표 측은 3월 말에서 4월 초를 지지율 반등 시점으로 잡고 있다. 3월을 시작으로 여권발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높은 만큼 이때부터 여권의 지지층 결집이 이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40%를 넘어선 이 전 시장의 지지율 중 상당 부분이 여권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과 유동성이 강한 수도권의 30~40대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하는 박 전 대표측은 여권의 교통정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이 전 시장의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두달 전인 3~4월경엔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역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의 지지층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을 역전 전망의 가장 큰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이 전 시장 지지층은 크게 호남과 수도권의 30~40대가 주축"이라며 "그의 지지율을 거품으로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의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호남의 지지는 이 전 시장 지지층이라 장담하기 어렵고 수도권 30~40대 역시 정책과 이슈에 따라 지지성향이 쉽게 바뀌는 유동성이 강한 계층"이라며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두 계층 모두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와 달리 이 전 시장 지지층 중 상당 부분이 일시적으로 이동한 여권의 지지층이란 주장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여권의 후보가 가시화되고 여권발 정계개편이 본격화 될 시점을 이 전 시장의 지지율 하락 타이밍으로 본다. 이 관계자는 "2월 열린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대략적인 여권의 후보가 가시화 될 것이다. 이후 여권발 정계개편이 진행되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빠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전 대표는 3김(金) 이후 자기지분을 확실히 갖고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다. 이런 견고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정책과 캠페인 이벤트 등을 진행해나가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한 초선 의원은 이와 다른 전망을 했다. 그도 역시 3~4월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정책과 캠페인 이벤트 등을 벌이면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관측과 달리 이 전 시장이 정책 오류나 언행의 실수를 범해야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이 의원은 "(지지율을 좁히기가)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견고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동의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지금 지지율을 단순히 거품이라고 치부하긴 힘들다. 석달 이상 이 전 시장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층은 상당부분 견고해졌다. 갑자기 이 전 시장 지지율이 확 떨어지는 것도 그만큼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여권 후보가 가시화될 시기와 한나라당의 경선 시기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의원 역시 이 전 시장의 지지층이 여권의 지지층과 겹친다는 분석을 했다. 그러므로 이 의원 역시 여권 후보가 가시화돼야 이 전 시장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문제는 박 전 대표 측이 잡은 마지노선인 3~4월까지 열린당의 교통정리가 끝나고 여권 후보가 떠오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열린당은 통합신당 이후 9월에야 후보를 내세울 계획이다. 여권 후보가 빨리 가시화되길 기다리는 박 전 대표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열린당이 2월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추진 윤곽을 잡는다고 해도 4월경 민주당과 고건 전 국무총리가 참여하는 신당 창당을 위한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여권의 후보 가시화가 박 전 대표 측 예상보다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현 당헌·당규대로 6월 경선을 치른다면 박 전 대표의 이런 계획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 측이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내심 경선시기가 늦춰지길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