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4일 사설 '말 줄이란 게 아니라 말 잘해 달란 겁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나더러 말을 줄이라는데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거절했다. 노 대통령의 말에 대해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그 양 때문만은 아니다. 그 말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인식과 그 표현 방식의 문제를 함께 우려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많은 말이 나라에 해를 끼친 대표적 사례가 대미 관계일 것이다. 굳이 할 필요도 없는 그 많은 자극적 대미 발언들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안보불안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우리에게서 얻고 싶은 것 다 얻고, 털어버리고 싶은 것 다 털었다. 마치 대통령 말 때문에 생긴 빚을 온 국민이 갚아준 꼴이 된 지난 4년이었다.

    대통령의 말은 말로 끝나지 않고 정책이 되고 역사의 방향을 바꾼다. 그 결과는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북핵이 방어용이란 것은 일리가 있다”고 한 것은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의 입장을 난감하게 만들고 말았다. 수많은 “자주” 발언은 결국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발로 차내듯 하는 빌미가 됐고,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하자 여당은 이념으로 나라를 두 동강 낼 듯이 국보법 폐지에 매달렸다. “(부동산 부자들) 언제까지 웃나 보자”고 한 것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재신임” “대연정” “임기단축” 등의 말에 담긴 노 대통령의 돌발적이고 충격적인 생각은 정국에 혼란만을 일으켰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 “별 달고 거들먹거린다” “군대 가서 썩는다” “미국 엉덩이” 등 대통령 입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비속어들로 인해 국민이 느껴야 했던 부끄러움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노 대통령은 클린턴과 블레어도 말을 많이 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그 많은 연설에서 가슴 벅찬 감동과 해보자는 의욕, 희망을 느낀 국민이 노사모 외에 얼마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의 말은 공격적이다. 그 공격성은 한 기업인을 자살로 내몰았다. 그 사건 이후로도 노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의 말이 내뿜는 독기는 줄어든 것이 없다.

    노 대통령은 “(한국 사회는) 말귀가 안 통한다”며 “그래서 온몸으로 소통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대통령의 말을 국민이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국민 90%가 하는 말을 대통령이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