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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일자 '기자수첩'란에 이 신문 김민철 정치부 기자가 쓴 '문전박대 당한 이통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신임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요즘 몸조심, 말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취임 포부를 밝히는 11일 기자간담회도 “며칠만 기다려달라”며 짧게 끝냈다. 취임 후 첫 공개연설인 13일 민화협 행사 축사에서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화해와 관용’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얘기에서 더 나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연설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문제될 만한 발언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렇지만 이 장관은 이날 한나라당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 장관이 신임 인사차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한나라당은 “우리가 임명에 반대한 장관을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거부한 것이다.
대신 전재희 정책위의장이 잠깐 만났다. 한나라당은 “이 장관이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계속해서 문제 삼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임 이종석 장관이 물러나면서 “대북 문제 정쟁화를 막고 초당적 협력을 위해서도 새로운 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결과는 정쟁(政爭)에 휘말린 듯한 양상이다.
이 장관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현 상황에 억울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의 미니홈피에 “참 어려운 세상… 정말 할말이 없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청문회 직후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이 장관에겐 업보(業報)의 측면이 크다. 청문회에서 6·25, 김일성에 대한 평가 유보, ‘북한 인권유린·불법행위 증거 없다’ 등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따라서 현 상황을 풀 책임도 이 장관 스스로에게 있다. 그가 ‘대한민국 통일부장관’인지 아닌지 모를 알쏭달쏭한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는데 누가 그를 장관 대접하고 싶겠는가. 문제는 몸조심, 말조심이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