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장파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23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이처럼 얘기했다. 이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개혁성향 의원으로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수요모임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기자들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일단 '지금의 수요모임 모습으론 결국 일회성 모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들어 내며 비주류가 아닌 당내 주류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던 기회를 수요모임은 지난 7·11전당대회를 통해 잃어버렸다.

    더구나 전당대회를 통해 수요모임의 당내 입지는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이후 모임의 대표를 바꾸는 등 기존의 이미지 탈피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 수요모임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 동시에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의 자평이기도 하다. 최근 수요모임은 정치보단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조만간 대북정책, 교육정책, 부동산 문제가 포함된 경제정책 등 각 분야별로 모임의 정책집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은 '대안은 없이 비판만 한다'는 기존의 이미지 탈피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수요모임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한다. 당이 대선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의원들은 기존 모임의 활동은 물론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고있다. 수요모임 역시 이에 대한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럼에도 모임의 대표격인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남·원·정) 의원 등도 모임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모임 소속 의원들의 딜레마다. 수요모임의 입지가 강화되고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선 이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원·정이 모임의 대표격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부분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지만 일단 이들의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위축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이들의 힘이 절대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일단 당의 대선경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원해야 할지 여부다. 수요모임은 현재 빅3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중 한 사람을 택일할지 혹은 모임내 독자후보를 내야할지를 두고 이미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남경필 의원은 "이제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고 이 의원도 이날 "아직 공론화는 하진 않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고 입장을 정리해야 할 시점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현재 밖으로 표출된 내부 분위기로는 손 전 지사가 가장 가까운 것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다. 이 의원도 수요모임이 상대적으로 손 전 지사와 친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 의원은 "손 전 지사와는 많은 얘기를 나눠봤다"고 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에 대한 지원 여부를 두고는 의원들간 이견이 크다.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돼야 한다고 주장해 온 남 의원도 지난 3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지사에 대한 호감은 있다. 그러나 호감만 갖고 지지는 할 수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김희정 의원 역시 모임내 일부 의원들의 지지발언을 "모임차원이 아닌 단순한 개인차원의 발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손 전 지사에 대한 지원이 '줄서기'로 비춰질 수 있고 이미 전당대회를 통해 몇 차례 실패를 맛본 만큼 선뜻 손 전 지사와 손을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이미 모임내 일부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특정 유력주자를 지원하고 있어 20명의 수요모임이 한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김기현 의원도 24일 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미 대선주자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가 아닌 독자후보를 내는 문제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요모임은 현재 모임내에서 후보를 내는 방안을 놓고도 의견을 개진중이다. 김 의원은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얘기되진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독자후보를 낼 경우 '줄서기'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고 모임의 입지를 확대하는데도 더 효율적이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수요모임은 이를 선택사항 중 하나로 꼽고있다. 

    현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원희룡 의원도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독자후보를 내세워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남 의원도 "자체 후보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재 원 의원이 가장 큰 대안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 원 의원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모임내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모임내 의원들도 원 의원에게 먼저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모임내 모 의원은 "일단 원 의원이 결정을 해야 얘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 의원과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후보로 적합한지에 대해선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 의원 혹은 모임 내 다른 의원이 출마를 한다해도 수요모임이 자체 후보를 지원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 의원은 "(독자후보를 낼 수 있는)동력이 사실상 없다"고 진단했고 이 의원도 "현재로선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남 의원은 "의미없는 싸움이라면 시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요모임은 현재 내부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을 맞고있다. "일회성 모임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부에선 '수요모임이 최근 정치적 이슈마저 다른 모임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