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회담 수석대표 접촉 재개의 배경과  전망, 대책

    새해 들어 남북관계에 있어서 첫 낭보가 우리들에게 전해졌다. 남북 군사회담 관련 실무대표회담 수석대표 접촉 결정이 그것이다. 오는 2월 3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회담 수석대표들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또 다시 접촉하게 되는 것이다. 

    남북 양측은 남북군사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장성급 군사회담을 지난 2004년 5월과 6월 연이어 개최한 바 있다. 여기에서 남북양측은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 조치와 군사 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선전수단 제거 등을 내용으로 하는 4개항의 합의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회담에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대신해서 남북한 군사 실무자들이 서해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쌍방 군대들 사이의 불신과 오해를 없애기 위한 군사 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들을 제거하는 데 합의하게 된 것은 한반도 군사문제의 남북 당사국간의 해결이라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후 수차례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실무대표회담이 개최된 바 있으나 공전만을 거듭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각종 레벨의 당국간 회담이 개최될 때 마다 남북군사회담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남북 장성급 회담을 비롯한 군사회담을 개최할 것을 촉구해 왔던 것이다. 작년 6월 제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제 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를 합의하고 이를 위한 몇 차례의 실무대표회담이 개최되기도 하였으며 9월과 12월의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도 남북 장성급회담 개최를 재확인하고 새해 2006년을 맞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남북 군사회담 관련 실무대표회담 수석대표 접촉 결정은 작년과 같이 단순히 성과 없는 남북 실무대표들 접촉의 연속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으나 다른 희망적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작년의 경우 북한은 그들의 핵문제와 관련하여 독자적으로 대미 직접협상을 도출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에 집착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지도부는 남북간의 대화를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정치적․경제적 실리 추구를 위해 적절히 활용하면서 이외의 군사부문과 같은 남북대화는 가급적 지연시켜 온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올해 북한이 처한 대외적 환경은 작년과는 다소 판이하다. 미국은 북한의 ‘위폐제조’ 문제를 들어 대북 금융제재를 포함한 경제제재 압력을 본격화 할 태세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하여 북한은 상당히 어려운 대내외적 상황에 직면래 있다. 북한은 작년의 경우 단순히 핵문제 해결 차원에서 적절한 입장 조율을 통해서 미국의 압력 및 국제적 고립의 여파를 완화해나갈 수 있었지만 그들의 ‘위폐제조 문제’는 이와는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북한이 이 문제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첫째, 그들의 위폐제조 사실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위폐제조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여야 할 것이며, 둘째,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선 핵 포기’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과연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결정을 쉽게 내리게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북한은 그들의 ‘위폐제조 문제’나 핵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책적 해결 시늉은 할 수 있어도 획기적인 태도변화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취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정책적 옵션은 6자회담 참석 선언과 남북대화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 참석으로 미국의 대북압력을 여타 6자회담 참석국을 통하여 완화해 나가며 남북대화 부문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경제적 실리 추구와 함께 남한여론을 통한 대미압력을 높여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남북대화의 확대 또는 심화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북한이 견제해 왔던 정치적 ․경제적 실리추구형의 대화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북한은 남한 측이 집요하게 강조해오고 있는 남북 군사대화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변화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남북대화의 획기적인 업그레이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어느 때 보다 장성급 군사회담을 포함한 남북군사회담에 보다 실질적으로 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작년과 같이 단순히 장성급회담 재개 필요성 확인 차원의 입장표명을 되풀이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는 달리 북한은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 차원의 군사회담을 과감하게 제의하여 ‘우리끼리’ 남북 환경조성 강화를 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장성급 회담뿐만 아니라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은 이와 같은 논리에 근거한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어떠한 형태로든지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보다 실질적인 대처방안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향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비롯한 남북군사회담은 정전체제하의 한반도 군사질서를 평화체제하의 한반도 군사질서로 전환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교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북 군사관계 발전 관련, 상황판단 및 추진방법에 대해 한․미 공감대 형성을 위한 한미간 조율을 보다 세심하게 준비해나가 나가야 할 것이며, 남한이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을 배타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정전협정, 유엔사(UNC) 조기파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데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은 과도기적으로 정전협정을 준수하면서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기본대화 차원에서 진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지 않는 한 기존의 틀 변경은 한․유엔사 협력이 필요하며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은 정전협정에 기초한 군사정전위원회나 판문점장성급회담(UNC-KPA 장성급회담) 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정영태/객원칼럼니스트/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