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개정 사립학교법과 관련, “사학 투명성 높이고 건학이념도 살린다”는 제하의 글을 12월14일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청와대는 “이번 법 개정은 다소간의 진통이 진행 중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학과 우리 교육의 품질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언론과 사학 단체 등은 개정 사학법이 사학의 존립 근간을 흔든다는 등의 과도한 부풀리기를 시도하며 위헌론 등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펼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새로 만들어질 사학 운영의 패러다임과 관련한 주요 쟁점을 Q&A로 알아본다”고 이 글을 게시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가 개정 사학법에 대해 이처럼 ‘친절하게’ 상세히 쟁점을 설명하는 것은 아마도 사학은 물론,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인 듯한데, 마치 전교조의 논리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무슨 까닭으로 청와대가 전교조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상대의 주장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막무가내로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 읊는 행태마저 전교조를 그대로 빼 닮았다는 사실에 새삼 청와대가 전교조와 코드를 같이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다음은 청와대가 주요 쟁점들에 대해 내놓은 답변과 그에 대한 반박이다.

     ‘개방이사제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의 소지를 갖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사학의 법인 전입금이 중고등학교의 경우 2%에 불과해 98%를 국민이 부담하는 꼴이며, 대학도 법인전입금이 8.5%에 불과하며 등록금과 기부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 ▲학교법인은 설립과 동시에 독립적 인격체로 공공성을 가지게 되므로 설립자의 사유재산성은 소멸되므로 헌법상의 사유재산권 침해와 관련이 없다는 것 ▲특히 설립자가 사재출연의 대가를 기대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으며, 개방이사제의 경우 출연재산의 변동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므로 재산권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전교조는 늘 법인 전입금이 미미하다는 점을 사학법 개정의 당위성으로 제시해 왔다. 전입금 문제는 유독 우리나라만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분리해 놓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가 교육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운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계속해서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사학재단들은 재원을 더 출연할 필요가 있고,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그럴 의지를 갖고 있다. 다만 돈만 내고 권한은 박탈한다면 누가 교육사업에 투자하려 할 것인가?

    청와대는 사학운영에 대부분을 국민의 부담, 곧 등록금과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니 개방형 이사제 도입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등록금을 운영자금으로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어느 사학도 국가지원을 기대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 국가의 지원은 국가가 사학을 ‘징발’하여 국가의 교육독점체제에 강제 편입시키면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박탈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사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엄밀히 말해 사학법인을 지원했다기보다는 학생들을 지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등록금이 일반 고등학교의 3배 정도 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또 “설립자가 사재출연의 대가를 기대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으며, 개방이사제의 경우 출연재산의 변동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므로 재산권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립자가 기대하는 사재 출연의 대가는 바로 건학이념의 실현이다. 건학이념에 따라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보람을 얻는 것이다. 이는 법률적 근거를 넘어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적 근거다. 그런데 건학이념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이사진에 들어와 감 놔라, 배 놔라 하게 되면 건학이념의 실현과 계승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높다. 그건 설립자의 보람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사학법인의 재산권은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운영의 자율권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법인의 재산권이란 이사의 의결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이어 청와대는 “개방이사와 감사제가 도입되면 이사회 운영에 전교조 등 특정 교원단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개방이사를 추천하게 될 학교운영위의 교원 참여비율은 30∼40%이고, 전체교원 중 전교조 가입교사가 22%(사립 12%) 수준이므로, 현실적으로 학교운영위원에 선임된 후 이사 후보로 추천되기는 쉽지 않고, 전체 이사회에서 개방형 이사는 4분의 1에 불과하며, 법인 이사회의 의결정족수가 정원의 과반수 이상인 다수결제도이므로 전체 이사의 4분의 1에 불과한 개방이사가 다수 의사에 반하는 결정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개방형 이사는 사학운영의 투명성과 사회적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주장은 쉽게 말해 “전교조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된다고 전교조가 좌지우지할 거라고 하느냐”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초중고등학교 교원 38만 여 명 중 전교조 조합원이 9만 여 명에 불과함에도 사실상 우리 초중등교육 현장을 장악한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전교조가 반대하면 시험도 치를 수 없고, 전교조가 반대하면 교원평가제도 도입할 수 없으며, 전교조의 동의 없이는 교육당국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비율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집된 소수가 결집되지 않은 다수를 압도할 수 있음은 그간의 현실이 말해준다. 

    만일 전교조가 추천한 인사가 단 한 명이라도 이사회에 들어가서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 이사회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또 전교조의 노선이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편향된 방향으로 학교운영을 몰고 가는 주장을 펴는 한편 밖에서는 전교조가 시위 등으로 압박할 경우 정부도 견디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연 사학재단들이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또 개방형 이사제가 사학운영의 투명성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지만, 투명성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제고시킬 수 있! 으며, 전교조가 “깽판”을 칠 경우 신뢰는 오히려 흔들리고 말 것이다.

    다음은 “사학의 이사장은 타 법인이 설치하여 경영하는 학교의 장이나 이사장도 겸직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제한 아닌지”에 관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현실적으로 일부 사학의 경우 법인을 분리하여 이사장이 타 법인의 교장이나 이사장을 겸임하면서 문어발식 경영을 하면서 지탄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수 학교의 문어발식 편법 운영 견제”라는 중간제목까지 달아 놓았다. 하지만 타 법인이 설치 경영하는 학교의 이사장이나 교장을 겸직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기에 이런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기독교 계통의 학교 한 곳에서 그런 일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설립자 거의 전부가 자신이 설립한 학교를 키우기 위해 노심초사하지 다른 법인의 학교에 관여하거나 겸직하는 사례가 없다.

    이어 “고등학교 이하의 교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건학이념과 관련한 핵심권한의 위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 않은가”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번 법 개정은 위임의 근거를 두는 것으로, 이사회가 학교장에게 교원 임명권을 위임할 것인지의 최종 결정은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고 했다. 임면권 위임 조항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그것을 강제하느냐의 여부다. 위임을 법으로 강제할 경우 문제라는 것이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한 것은 문제가 안된다. 이를 문제 삼는 사학도 없다. 따라서 청와대의 주장은 마치 사학이 공연히 물고 늘어지기나 하는 것처럼 왜곡하여 전달될 소지가 크다. 청와대의 의도는 무엇인가? 사학의 반발이 억지인 것처럼 비치게 하려는 저의 아닌가?

    이어 청와대는 “하버드 같은 세계적 사립대학들도 법으로 통제하지는 않는다는데…”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 도입한 유수 사립대학”이라는 중간제목 하에 “이러한 세계적 사립대학들은 법 이전에 이미 교수, 동문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수의 명문 사립대학일수록 투명한 예산 운용은 물론, 동문출신을 이사로 참여시키는 등 사실상의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 성가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법으로 강제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재단이 자율적으로 학교 구성원들을 운영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법에 의해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전체주의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사학들도 연한을 쌓아 가면서 그런 사례가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 것을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법으로 강제하니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사립학교법 자체가 아예 없다.

    이어지는 것은 “일부 재단에서 사학법 개정과 관련, 학교 폐쇄 신입생 모집 중단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인데 가능한 일인가”에 관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사학은 학교를 폐쇄할 법적 권한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다. 현행법상 학교 폐쇄는 교육부 장관(대학의 경우)이나 교육감(초중고등학교의 경우)의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국가가 사학을 징발해 국가독점체제에 강제로 편입시킨 탓이다. 중요한 것은 사학법인들(절대로 일부 재단이 아니다)이 왜 “학교 폐쇄 불사”를 외치는 가이다. 개정 사학법으로 인하여 건학이념을 실현하지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 교육을 퇴보시키며, 이념집단에 의해 교육 현장이 난장판이 될 게 빤하므로 학교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악법을 막아야겠다는 게 사학인들의 충정과 의지다.

    청와대는 “참고로 한국사학법인연합회의 윤리강령은 ‘사학을 위해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사유물같이 다뤄져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 하지만 이는 사학인들의 의지를 담은 선언이지 법리적인 게 아니다. 또한 사학인들이 사학을 사유물로 여기는 것도 아니다. 사학을 사유재산이라고 하는 것은 설립자 개인의 재산이라는 게 아니라 학교법인의 사유재산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건 실질에 있어서는 운영권을 의미하는 것이지, 사학에서 설립자가 금전적인 이익을 내자는 말이 아니다.

    개정 사학법은 악법 중 악법이다. 뿐 아니라 우리 헌법가치를 부인하고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적 자치를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기본권의 제한이 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본질적인 권리를 해치면서까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게 또한 우리 헌법이다. 사학의 사적 자치를 제한하는 것은 사학의 존재의미를 부정하고 사학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다. 좌익이데올로기에 오염되지 않은 법률가들이라면 다 여기에 동의할 것이다.

    개정 사학법의 본질은 사학경영을 집단운영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지배구조 변경이다. 사학을 집단운영방식으로 바꾸게 되면 우리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사회주의 집단농장이 왜 망할 수밖에 없었던가? 공동소유라는 것은 모두가 주인이라는 말이고, 그건 다시 아무도 주인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책임경영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책임경영의 주체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자기 집 텃밭의 고추는 여물지만 공동소유의 농장은 부실하기만 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건 인간의 행동양식 바탕에는 도덕률이 아니라 이기심이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다. 이를 무시한 게 사회주의이고, 때문에 몰락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가 번영으로 치달아 온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저마다 더 잘살기 위해 노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학도 마찬가지다. 사회운영의 원리가 보편성을 갖는다면 이는 당연한 이치다. 사학에서 책임운영의 주체가 사라진다는 것은 ‘내 학교’를 명문으로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큰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이 정권이 들어 선 이래 우리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지고, 경기불황이 장기화, 구조화됨으로써 서민 삶이 훨씬 더 고달파진 것은 바로 이런 이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고집으로 끝내 교육까지 망칠 작정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조남현 자유시민연대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