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지난달 29일 사퇴 선언2026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후 사퇴, 사퇴 효과 있는지 의문민심의 분노 핵심 축 홍명보 감독은 끝까지 버티기
  • ▲ 한국 축구 팬들의 불신의 정점에 있는 홍명보 감독은 여전히 한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다.ⓒ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 축구 팬들의 불신의 정점에 있는 홍명보 감독은 여전히 한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다.ⓒ대한축구협회 제공
    변한 건 없다. 아무것도 없다. 

    지난달 29일 2026 북중미 월드컵을 2주 남기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사퇴'를 발표했다. 

    역대 최악의 월드컵 대표팀을 등장시킨 투톱의 한 축인 정 회장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예상하지 못한 깜짝 사퇴 선언이었다. 

    그동안 숱한 실책과 논란을 일으키며 사퇴 압박을 받았을 때는 부동의 자세로 움직이지 않더니,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머리를 숙였고, 결단을 내렸다. 

    이럴 거면 왜 진작에 물러나지 않았나. 이렇게까지 한국 축구와 월드컵 대표팀을 완전히 망친 뒤에나 그런 결심을 한 것인가. 개탄스럽다. 

    최악의 여론, 최악의 분위기로 월드컵을 치러야 하니, 반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자신의 사퇴 의사 타진으로 극적인 뒤집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희망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왜? 야심 차게 내놓은 최후의 사퇴 의사 타진 카드에는 '2가지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오류. 

    정 회장은 사퇴한 게 아니다. 사퇴하겠다고 한 거다. 

    그는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후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사퇴로 얻을 수 있는 '충격 효과'를 오롯이 누릴 수 없는 전략이다. 이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사퇴해야 한다. 

    북중미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여지를 왜 남기는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론 반전이 목표라면 방향성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 

    사퇴 효과는 사퇴한 즉시 발효되는 것이다. 파급력과 후폭풍, 그리고 영향력 역시 즉시 사퇴가 가장 크다. 그런데 지금 축구협회장은 정 회장이고, 북중미 월드컵에 나서는 대한민국 축구의 수장은 여전히 정 회장이다.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국민과 축구 팬들 불신의 정점에 있는 그가 월드컵의 수장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다. 국민과 축구 팬들이 원하는 건 당장 물러나는 것이다. 

    사퇴 기간을 월드컵 이후라고 정해놓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정 회장이 영광의 역사를 쓰고, 화려한 업적을 남기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역사의 죄인으로, 한국 축구를 망친 주역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사퇴 기간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황금기를 이룩한 위르겐 클롭 감독. 그는 대표적으로 은퇴 기간을 가진 축구인이다. 시즌 도중 은퇴를 발표했고, 시즌 내내 클롭 감독을 향한 존경과 찬양이 넘쳤다. 마지막은 감동이었고, 눈물이었다. 

    혹여나 이런 마지막을 정 회장이 기대하는 것인가. 월드컵 우승을 해도 이런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는다. 당장 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두 번째 오류. 

    정 회장이 지금의 절대 위기로 내몰린 '핵심'이 무언인가. 홍명보 감독이다. 

    홍명보의 불공정한 선임 절차. 정 회장과 홍 감독은 굳건히 문제가 없다고 우겼지만, 대한민국 정부와 법원이 공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선언했다. 피해 갈 길은 사라졌다. 

    정 회장과 함께 홍명보는 불신과 분노의 투톱이다. 함께 해야 하고, 함께 물러나야 하는 '운명 공동체'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자신의 사퇴 의사를 전하면서 홍명보는 남겨뒀다. 투톱의 한 축은 물러난다고 하면서 다른 한 축은 굳건히 박혀 있다. '반쪽짜리' 사퇴 선언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홍명보 선임의 부당함을 외면하라는 말인가. 세계 최고 축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과거 실책은 다 잊고 그냥 응원해달라는 말인가. 월드컵을 즐기지 못하면 당신들만 손해라는 것인가.  

    홍명보에 대한 지지는 '불공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불공정을 탄생시키는 도화선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축구 팬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거다. 한국 축구의 올바른 미래를 위해서다. 

    지금 한 번의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서 정의와 공정을 버릴 수 없지 않은가. 월드컵은 다음에 또 온다. 그러나 불공정이 다음에 또 오고, 오지 않고는 지금 결정된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지금의 전쟁이 미래를 결정한다. 

    때문에 정 회장이 떠나려면 홍 감독과 함께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자신의 거취와 함께 홍 감독에 대한 거취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그토록 바라는 여론의 반전도 이뤄질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정 회장은 오히려 홍명보의 응원을 당부했다. 그 당부는 절대 먹히지 않는다. 홍 감독 역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어떤 말도 꺼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월드컵만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끝까지 버티겠다는 단호한 의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 축구의 수장은 정 회장이고, '여전히' 한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홍명보다. 최악의 월드컵은 그대로다. 

  •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대한축구협회 제공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달 31일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 홍명보호는 5-0 대승을 거뒀다. 

    압도적 대승 후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여론을 읽었는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불신은 여전하다. 분노의 크기도 그대로다. 5-0으로 이기면 모두가 찬양으로 돌아설 줄 알았는가. 

    몇 번을 말하나. 이 여론은 경기력과 상관이 없다고. 월드컵 성적과 무관하다고. 무능한 정 회장과 탐욕의 홍 감독을 향한 분노, 이들이 함께 만든 불공정한 절차에 대한 반감, 정의로운 미래를 위한 일갈이라고.  

    그리고 트리니다드토바고전 대승에 도취하기에는 이르다. 너무 이르다. 

    5-0 대승을 일궈내자, 일각에서 경기력 반전, 월드컵 희망, 스리백 성공 등 장밋빛 스토리를 내놓고 있다. 

    물론 대승은 대표팀 분위기를 높일 수 있다. 선수들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한 대승에는 격하게 환호할 필요가 없다. 월드컵 본선 희망을 극도로 높일 필요도 없다. 이런 자세와 태도는 오히려 냉정함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자기 객관화에 실패할 수 있다. 

    냉정하게 보면 경기력 적으로 이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었나.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험의 가치를 찾을 수 있었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 한국이 FIFA 랭킹 102위를 상대로 대승은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고지대에 이틀 전에 들어와 경기를 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최근 드와이트 요크 감독이 물러나고 데릭 킹 '임시 감독'이 경기를 지휘했다. 차출된 선수들도 대다수가 젊은, 경험이 없는 신예들이었다. 

    월드컵 본선이 실패한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동기부여는 보이지 않았고, 전체적인 전술적 퀄리티가 높지 않았다. 팀을 위기에 빠뜨리는 황당한 파울도 더해졌다. 후반에는 아예 의욕이 없어 보였다. 이런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도 전반 막판까지 고전한 홍명보호다. 분위기를 바꾼 손흥민의 득점이 터진 게 다행이었다.  

    직전 상대였던 '명장' 랄프 랑닉 감독이 이끄는 FIFA 랭킹 24위 오스트리아와 비교하면 차원이 달랐다. 오스트리아의 위력적인 압박, 매력적인 빌드업, 효율적인 수비를 기억하면, 트리니다드토바고라는 상대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월드컵에 초대받은 팀과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한 팀의 차이. 그 극명한 차이.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압박 없이 한국 선수들이 여유롭게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선물을 줬다. 압박 없이 하고 싶은 전술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도 선물했다. 

    단언컨대 이런 선물을 주는 팀은 월드컵 본선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