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서 취임 기자간담회 개최2029년까지 '링 시리즈' 4부작 단계적 제작…K-오페라 창작 기반 강화
  • ▲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이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립오페라단
    ▲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이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립오페라단
    "저는 제가 준비된 국립오페라단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굉장히 억울했고, 제 속마음을 꼭 밝히고 싶었습니다."

    박혜진 신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인사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고 피력했다. 박 단장이 공식 석상에서 직접 입장을 언급한 것은 지난달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 단장이 서울시오페라단장으로 재직하던 2023년 발생한 무대 안전사고가 있다. 당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마술피리' 리허설 도중, 프리랜서 성악가 고(故) 안영재 씨가 400kg이 넘는 무대 구조물과 충돌해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 씨는 오랜 투병 끝에 결국 사망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공론화되면서 예술인연대, 공공극장안전대책촉구연극인모임 등 다수의 문화예술단체는 박 단장의 국립오페라단장 임명을 두고 '안전 불감증', '책임 회피'라며 반발해왔다. 이들은 "무대 위 죽음 앞에 침묵하고 책임을 회피한 인물에게 대한민국 오페라를 대표하는 국립단체의 수장을 맡길 수 없다"며 정부의 인사 조처를 비난했다.

    박 단장은 "사고 당시 고인을 제가 직접 섭외하거나 캐스팅한 것이 아니었기,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며 "부상 사실 자체를 사고가 나고 1년 뒤에야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책임을 고인이나 현장에 떠넘기며 방관했다는 예술계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어 "경찰에서 오랫동안 조사를 진행했고, 최종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고인의 비극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명복을 빈다"고 유감을 표했다.

    박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의 무대 안전을 책임질 구체적인 대책도 내놓았다. 그는 "안전사고는 오페라뿐만 아니라 모든 공연 예술 장르에서 반복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업무협약을 준비 중이다. 무대 위에서 부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문 의료진이 즉각 투입해 이송 및 치료를 진행하는 신속 응급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단장은 임기 내 핵심 가치인 '연결을 통한 확장'을 내세우며 동시대 관객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진취적인 국립예술기관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했다. 5년간 서울시오페라단을 이끈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과 관객', '지역과 세계',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가교가 돼 오페라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국립오페라단은 평단의 주목을 받는 대작과 대중적 레퍼토리를 동시에 운용한다. 오는 10월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 4부작(링 시리즈)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무대에 올린다. 내년에는 가족 오페라 '피노키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등 친숙한 작품으로 오페라의 문턱을 낮춘다.

    기존 창작 오페라의 해법으로 'K-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제시했다. 박 단장은 "그동안 창작 오페라가 '심청'이나 '춘향' 등 주로 슬픈 정서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한국적인 유쾌함과 해학을 담은 코믹 오페라를 제작해 세계 시장에 K-오페라의 매력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올해 군부대, 특수학교, 구치소 등 문화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총 66회의 찾아가는 공연을 펼치며 공공성을 강화한다. 또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교류도 본격화된다. 현재 중국 국립공연예술센터(NCPA), 일본의 민간 오페라단 니키카이, 프랑스 몽펠리에 극장 등과 공동 제작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국립극장에서 한·중·일 3개국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갈라 콘서트(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박 단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서울시오페라단에 있다가 국립오페라단으로 오니 부잣집에 시집온 기분이다. 예산과 지원이 뒷받침되는 만큼 과거에 하지 못했던 꿈을 마음껏 펼치겠다"며 "많은 분들이 오페라와 사랑에 빠지고,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을 신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