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후 첫 전원합의체 판단"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인정 어려워" 원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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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뉴데일리DB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에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은 개정 전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이번 사건에서는 기존 법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려면 하청 노동자들과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대법원은 원청이 하청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에 응할 적극적 의무는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해당 사건은 지난 2016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하청노조는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 산업안전, 고용보장 등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원청이 단체교섭 상대방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하청 노동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가 아니고, 하청업체들이 임금과 인사 등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이에 하청노조는 2017년 1월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1심 재판부는 2018년 4월 하청노조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내하청업체가 독자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들과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2심 재판부 역시 2018년 11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은 하청업체들이 독립된 급여체계와 취업규칙, 인사관리 규정을 두고 근로자 채용 여부와 규모를 자체 결정했으며, 근태 관리와 징계에서도 실질적 권한을 행사했다고 봤다.또 HD현대중공업이 협력사 운용 지침이나 작업자 현황 문서 등을 작성한 것은 작업능률 향상을 위해 도급인으로서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일 뿐,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업무지시권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한편 대법원은 약 7년 6개월간 심리한 끝에 전원합의체에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해당 판결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선고돼 주목을 받았다.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다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개정법 시행 전 제기된 교섭 요구를 둘러싼 분쟁인 만큼 개정 전 노동조합법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개정법 시행 이후 원청 상대 교섭 요구 사건에서는 별도의 법리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