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첫 데뷔 선발승 박준영한화 최대 위기 속 등장한 신데렐라
  • ▲ 한화 박준영이 육성선수 최초로 선발 데뷔승을 신고했다.ⓒ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 박준영이 육성선수 최초로 선발 데뷔승을 신고했다.ⓒ한화 이글스 제공
    절대 위기에서 '난세의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다. 

    절대 위기에 몰린 한화 이글스에 난세의 영웅이 등장했다. 박준영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한화는 최근 추락을 거듭했다. 리그 9위까지 밀려났고, 꼴찌 추락이 코앞이었다. 

    핵심은 선발 투수진의 붕괴였다. 외국인 핵심 웰켈 에르난데스와 오웬 화이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한화의 미래 문동주는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 황준서도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한화는 정우주를 선발로 돌리는 궁여지책을 써야 했다. 

    류현진과 왕옌청이 가까스로 버텨주고 있었지만, 선발진 붕괴는 팀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야구는 선발 투수 놀음이라고 했다. 한화의 추락이 예고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준영이 등장했다. 어떤 기대도 받지 못했던 무명 선수의 깜짝 등장. 그가 세상을 뒤집어놨다. 추락하는 한화에 거대한 희망을 제시했다. 

    박준영은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신인이다. 청운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야구 예능프로그램인 '불꽃야구'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 연말 충남 서산에서 진행한 테스트를 통해 육성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퓨처스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는 7경기에서 28이닝을 소화하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 22탈삼진, 피안타율 0.186을 기록했다. 퓨처스 월간 루키상까지 따라왔다. 

    선발 투수진 붕괴 속에 김경문 한화 감독은 박준영을 1군으로 콜업했고,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를 상대로 선발 데뷔전을 선물했다.  

    김 감독은 "퓨처스리그 성적이 좋다. 박승민 투수코치가 그동안 봤던 선수 중에 추천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기회를 줘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준영은 그 기대에 보답했다. 완벽하게 보답했다. 그는 챔피언을 상대로 5이닝 3피안타 2탈삼진 3볼넷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박준영은 직구(43구), 슬라이더(19구), 체인지업(12구), 커브(5구) 등 총 79구를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였다. 빠른 직구는 없었지만, 날카로운 슬라이더, 안정적인 제구력, 그리고 신인답지 않은 과감함까지 모두 선보였다.

    한화는 9-3으로 승리했다. 박준영은 선발 데뷔승을 따냈다. 육성선수 출신의 투수가 1군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올린 건 KBO리그 '최초 기록'이다. 한화는 꼴찌 추락의 위기를 넘고 7위까지 올라섰다. 

    경기 후 박준영은 "김경문 감독이 너무 잘해줬고, 고맙다고 말했다. 정말 기뻤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말 더 열심히 잘 준비를 하겠다. 한화 팬들에게 보답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후 한화의 '전설' 류현진이 박준영을 와락 껴안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설의 포옹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박준영이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또 한화의 선발진은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한화 5선발 가능성을 높였다. 

    박준영의 등장으로 무엇보다 한화는 무기력하게 추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입증했다. 난세의 영웅은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영웅 한 명이 팀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스포츠의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다. 한화 팬들은 이런 박준영에게 기립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