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호르무즈 개방, 생활비 안정 위해 시급"…봉쇄 불참 선언트럼프 봉쇄 카드에 시장 즉각 반응…유가 8% 폭등, 다시 100달러美는 봉쇄, 英은 개방…호르무즈 대응 전략 갈라져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 '역(逆) 봉쇄'에 나선 가운데, 영국이 해당 군사 조치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서방 내부에서도 대응 기조가 엇갈리고 있다. 에너지 시장 충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미국과 달리, 영국은 유가 급등 등 경제 파장을 고려해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협 봉쇄 계획과 관련해 "항행의 자유와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계속 지지한다"며 사실상 불참 방침을 밝혔다. 영국은 특히 "이는 세계 경제와 자국의 '생활비 안정'을 위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접근법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결렬된 직후 해협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봉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히며, 이란산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협상이 결렬된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히며 "우리나 평화로운 선박을 향해 발포하는 이란인은 누구든 지옥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영국과 몇몇 다른 국가들이 기뢰 제거선을 보내고 있다"고 언급하며 동맹국들의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카드'를 역으로 무력화하고 해협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파키스탄에서 열린 종전 협상이 '노딜'로 끝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 국면을 흔들기 위한 압박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핵심 자금원인 원유 수출을 직접 차단해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도 자국 원유 수출 선박은 통과시키는 '선별적 통제' 전략을 취해왔다. 이에 맞서 미국이 해상 봉쇄에 나설 경우, 해협 차단이 국제 경제뿐 아니라 이란 경제에도 동일하게 타격을 주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결국 호르무즈 봉쇄를 이란만의 카드에서 미·이란이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공통 전장'으로 전환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통해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전쟁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해협 통제권 자체를 이란으로부터 빼앗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길목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만큼, 국제 유가 급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13일 오전 9시12분 기준 전장 대비 8.7% 급등한 배럴당 103.44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같은 시각 8.7% 오른 104.93달러로 치솟으며 나란히 100달러선을 재돌파했다.

    에너지 시장 불안은 가스 가격으로도 확산됐다.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선물은 장중 최대 18% 급등해 메가와트시(MWh)당 51.30유로까지 올랐고, 싱가포르 시간 기준 49.45유로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해당 상품의 일일 거래시간도 기존 10시간에서 21시간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공급 차질 우려가 원유를 넘어 전반적인 에너지 시장 리스크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국은 군사적 봉쇄 대신 다자 협력을 통한 해상 안전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영국 정부는 프랑스 등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연합 구성을 추진 중이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봉쇄 작전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블룸버그는 영국이 검토 중인 기뢰 탐지 드론 배치 역시 해협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일 뿐, 봉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