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3부작' 마지막 작품…5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 초연애도가 사라진 시대, 안드로이드 장의사 로비스가 건네는 인간적인 위로천선란 작가 "로봇은 우리를 투영하는 가장 정직한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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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뼈의 기록'의 원작자 천선란 작가와 연출을 맡은 장한새의 라운드 인터뷰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됐다.ⓒ예술의전당
"SF는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닿아 있습니다. 로봇은 우리를 투영하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죠."국내 SF 문학계의 대표 주자 천선란 작가(33)와 섬세한 연출력의 장한새 연출가(37)가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2024년 연극 '천 개의 파랑'을 통해 호평받았던 이들은 안드로이드 장의사의 시선을 담은 연극 '뼈의 기록'으로 돌아왔다.'뼈의 기록'은 천 작가의 '로봇 3부작(천 개의 파랑, 랑과 나의 사막)'을 완성하는 마침표와 같은 작품이다. 지하 영안실에서 시신을 염하는 안드로이드 '로비스'가 고독사한 노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무용수, 사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소년 등 다양한 죽음을 마주하며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학습해가는 과정을 그린다.천 작가는 20대 시절 병원 생활을 하는 가족 곁을 지키며 느꼈던 감정이 집필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결코 냉정해질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로봇이라면, 오히려 그 감정 없는 관찰자의 시선이 인간에게 더 깊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장한새 연출은 원작의 감성 위에 '차가운 미래'라는 시각적 대비를 더했다. 연극은 2085년 폐행성이 된 지구라는 설정을 추가해 세계관을 구체화했다. 무대 디자인 역시 거대한 '관' 형상을 차용해 관객들이 죽음의 공간에 직접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
- ▲ 연극 '뼈의 기록' 공연 사진.ⓒ예술의전당·할리퀸크리에이션즈
장 연출은 "원작이 독자에게 죽음을 깊이 고민하게 했다면, 연극은 '애도가 부재한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로봇이 인간을 염한다는 설정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미래의 씁쓸함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는 로비스의 마지막 독백이 강렬하다. 천 작가는 "마감을 앞두고 소재가 생각나지 않아서 고민하던 어느 날 문득, 쥐고 있던 펜을 보는데 표면이 딱딱한 거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사물이 단단한 표면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그렇게 세상을 다시 바라보니 그 어느 종보다 연악한 피부를 겉에 드러내고 있는 인간이 너무 약해 보였다. 우리는 이토록 단단한 뼈를 피부로 감싼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생각으로 '뼈'라는 소재를 가져왔고, 소중한 것은 깊은 곳에 보관해둔다는 의미에서 뼈는 우리의 삶을 기록한다는 생각까지 닿았다"고 덧붙였다이번 공연에서 '로비스' 역은 강기둥·장석환·이현우가 트리플 캐스팅돼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로비스는 다양한 인간들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하며 뼈의 굴곡과 반복된 흔적, 상처와 변형 등을 통해 망자들의 삶을 읽어낸다. -
- ▲ 연극 '뼈의 기록'의 원작자 천선란 작가와 연출을 맡은 장한새의 라운드 인터뷰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됐다.ⓒ예술의전당
천 작가는 처음 배우가 로봇을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인간적인 감정이 묻어날까 봐 우려했다고 털어놨다. "배우의 눈빛이나 톤이 너무 따뜻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공연을 보니 차가운 시선을 가진 로봇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더라. 제 걱정은 기우였습니다."장 연출도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로비스가 염을 하기 위해 장갑을 끼는 순간이었다. 연극에서는 그 장면을 넣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로봇 팔을 쓸까 고민도 했다. 결국 배우의 신체를 통해 상처를 닦고 머리를 빗는 동작을 표현하는 기계적인 루틴이 인간성을 탐구하는 이 작품의 본질과 더 잘 맞았다"고 전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천 작가는 신작을 쓸 때 가장 먼저 연락하는 연출가로 장한새를 꼽았고, 장 연출은 천 작가의 소설이 "미래를 말하면서도 언제나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라며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마지막으로 천 작가는 기술의 시대에 우리가 로봇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영생하는 로봇과 유한한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를 묻게 된다. 로봇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다'고 답한다. 결국 마음이 하는 일이니까요."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역설적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연극 '뼈의 기록'은 오는 5월 1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