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내일 프로젝트' 연습 현장 공개…오는 24~26일 아르코꿈밭극장서 공연
  • ▲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 연습 현장 공개 전 격려 말씀하시는 배우 신구·박근형.ⓒ한국문화예술위원회
    ▲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 연습 현장 공개 전 격려 말씀하시는 배우 신구·박근형.ⓒ한국문화예술위원회
    60년의 세월을 가로지르는 뜨거운 조우였다. 1962년 무대에서 옆도 보이지 않을 만큼 당황했던 한 청년 배우는 이제 아흔의 거장이 돼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 후배들의 손을 맞잡았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연습실은 '연극의 어제'와 '연극의 내일'이 만나는 감동적인 현장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원로배우 신구(90)와 박근형(86)의 기부로 조성된 '연극내일기금'의 첫 번째 결과물인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의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씨앗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하며 전 회차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두 배우는 관객에게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기로 뜻을 모았다. 기부 공연 수익금 전액을 바탕으로 조성된 '연극내일기금'은 만 24세 이상~39세 이하의 배우 30명을 선발해 창작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무대로 피어났다.

    신구는 1962년 '소'로, 박근형은 1958년 '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로 연극 무대에 처음 섰다. 이날 연습실에서 신구는 "6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벅찬 감회를 전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연극은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는 일이며, 그 표현은 반드시 정직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는 묵직한 가르침을 남겼다.
  • ▲ '연극내일 프로젝트' 1기 배우 30인과 연출진과 배우 신구·박근형,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연극내일 프로젝트' 1기 배우 30인과 연출진과 배우 신구·박근형,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근형 역시 "빛이 없어 헤매던 우리 때에 비하면 지금 후배들은 갈 길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희망적이다. 행동이 곧 연극이다. 자기 뜻을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고 격려하며 "생활이 어려운 점은 각오해야 한다. 고생길에 들어선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연극내일 프로젝트'는 신진 예술인 육성 플랫폼 '프로젝트 3일'의 강훈구·김정·오세혁·김남언·류사라·변은서·이다은·이형우 등 연출가·작가·프로듀서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프로그램은 워크숍, 배우훈련, 마스터클래스, 작품 발표로 이어지는 단계별 통합 교육과정으로 진행했다.

    강훈구 연출은 "두 선생님과 예술위의 제안으로 충분한 지원 속에 신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게 돼 더욱 뜻깊었다"며 "많은 청년 배우들이 간절히 기회를 찾고 있는 만큼, 이번 작업 역시 그 기회를 기다리기보다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30명의 배우는 약 4개월간의 집중 훈련을 거쳐 오는 24~26일 아르코꿈밭극장에서 '탠덤', '여왕의 탄생', '피르다우스' 세 편의 창작극을 선보인다. '탠덤(Tandem)'은 오토바이를 탄 두 남녀를 통해 청춘의 생존과 해방을 그린다. '여왕의 탄생'은 사이비 종교와 권력 구조를 통해 인간의 믿음을 탐구한다.
  • ▲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의 '피르다우스' 공연 장면 시연.ⓒ한국문화예술위원회
    ▲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의 '피르다우스' 공연 장면 시연.ⓒ한국문화예술위원회
    '탠덤'의 김남언 연출은 "창작극은 단순한 장면 구성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배우들과 대화하고 감각을 나누며 한 걸음씩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여왕의 탄생'의 작·연출을 맡은 이민구는 "작품을 통해 '믿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오래 붙들었다. 역사와 사회, 창작의 과정 안에서 믿음이 어떻게 작동하고 경계되어야 하는지를 배우들과 함께 탐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르다우스'는 시설 퇴소 이후 사회에 내던져진 아이들의 연대와 희망을 담았다. 특히 '피르다우스'의 장면 시연을 지켜본 박근형은 "저런 정교한 움직임을 가져야 사람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 후배들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정말 부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극내일 프로젝트'는 단순한 교육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위는 공연 수익 전액을 다시 기금에 적립하고, 4월 8일부터 '걷기 기부 챌린지' 등을 통해 기금의 지속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실질적인 '데뷔의 장' 마련이다. 오는 7월 신구·박근형이 출연하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 이번 프로젝트 참가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 오디션 기회를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은 "두 세대에 걸쳐 연극을 해오신 선배님들과 후배가 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 신구·박근형 선생님께서 뿌리신 씨앗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두 거장의 뜻이 60년 뒤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