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고발 사건 서울청 배당전례 없는 법리 판단 앞두고 수사 기준 모호경찰 수사 역량도 시험대…"수사 경험 부족이 가장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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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 ⓒ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던 중 법을 왜곡한 혐의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배당됐다.경찰 안팎에서는 그간 법 왜곡 혐의에 대한 수사 사례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찰의 수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특히 전문가들은 평소 대부분의 민·형사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이 현직 대법원장의 '법리 판단'을 수사한다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을 되짚어봐야 하는 만큼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어 수사 방향과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 ▲ 조희대 대법원장. ⓒ서성진 기자
◆ '법왜곡죄 1호 사건' 맡은 경찰…"내부에서도 큰 부담 느껴"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 사건은 전날 서울청 광수단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사상 초유의 법왜곡죄 사건을 맡게 되면서 현직 대법원장의 법리 적용에 대한 판단 부담을 떠안게 됐다.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심리를 두고 수사를 통해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했는지'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법 왜곡 혐의를 담은 형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증원안) 중 하나로 지난달 26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 수사관 등이 남에게 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법 조문에 따르면 고의로 법리를 왜곡해 타인에게 권리를 침해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내린 재량적 판단은 예외로 했다. 법조계는 이에 "해당 단서 조항으로 인해 법 왜곡 혐의를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고 했다.앞서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2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형법 123조의 2(법왜곡죄)에 따라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을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경찰에 냈다.이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7만여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9일 만에 서면 검토하는 과정을 조 대법원장이 사실상 생략해 법왜곡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경찰이 현직 대법원장의 판결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내부에서도 난감함이 감지된다. 법령 구조와 범죄 구성 요건이 모호하고, 범인 검거와 사실관계 확인에 특화된 경찰이 법관의 고도의 법리 판단을 범죄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 ▲ 경찰청. ⓒ뉴데일리 DB
◆ "법리 해석, 기존 수사와 차원이 다른 문제"아울러 검사와 판사의 법리 적용을 두고 사건 관계자가 이를 이의 신청해 자칫 고소·고발이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경찰이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을 내려 사건을 검찰 등에 넘겨도 사건 관계자가 이를 "법 적용을 잘못했다"며 법 왜곡 혐의로 다시 고소할 수 있다. 즉 수사관이 피고소인이 될 수 있다.한 경찰 출신 인사는 "(법왜곡죄 사건은) 법리 적용에 대한 해석이 주가 될텐데 수사 영역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을 왜곡했다는 건 규범적인 판단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1차 수사 기관의 특징 자체가 법리 판단에선 약하다"고 우려했다.법 왜곡 혐의가 명확해도 증거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통상 물증 확보를 위해 강제수사에 착수해야 하지만 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법원이기 때문이다.법원이 영장 발부를 허가할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수사에 필수적인 대법관의 법리 검토 내용 등 자료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법왜곡죄를 두고 "포퓰리즘적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주요 사건의 경우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기관에서 이런 사건들을 받으려 하겠나"라고 되물었다.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타인한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한다는 조문의 해석 범위가 모호하다"라며 "경고성으로 만든 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적용해 기소까지 갈 사례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경찰은 우선 관망하는 모양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법왜곡죄) 수사 초기인 만큼 여러 가지 법리 검토할 게 있는데, 시도청에서 준비하고 있다"며 "판례를 검토할 게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경찰청은 최근 '법왜곡죄 적용기준 및 접수 시 처리방안' 지침과 참고자료를 전국 시·도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