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강영권 1심 판사 잇따라 고발판결 불복 대신 형사 고발 선택 가능성…불복 전략 확산 우려경찰이 법관 판결 수사하는 구조도 논란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원. ⓒ뉴데일리 DB
    지난 12일 시행된 '법왜곡죄'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제도 시행 직후부터 대법원장과 일선 판사를 겨냥한 고발이 잇따르면서 법왜곡죄가 사법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가 아닌 재판 결과에 대한 새로운 불복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른다. 

    앞서 이병철 법무법인 아이에이 변호사는 법왜곡죄 시행 당일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에 따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과정에 서면주의 원칙을 알면서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허위 공시로 에디슨모터스의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은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 사건의 1심 판사도 판결에 불복한 주주측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이처럼 법왜곡죄 시행 직후부터 법관을 겨냥한 형사 고발이 현실화하면서 향후 판사를 상대로 한 무분별한 형사 고발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판결 결과에 불복한 당사자가 항소나 상고와 같은 통상적인 불복 절차 대신 형사 고발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될 경우 결국 재판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판사를 상대로 형사 책임을 묻는 방식의 사법 불복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특정 판결을 두고 법왜곡이라고 주장하며 고발이 제기되고 수사나 재판 결과에 다시 불복해 또 다른 고발이 이어지는 이른바 '법왜곡죄의 법왜곡죄'와 같은 연쇄적 고발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경우 법관 개인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내린 법리 판단이 사후적으로 형사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법관들이 판결 과정에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수사기관이 법관의 판단을 형사 책임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다. 법왜곡죄는 재판 과정에서의 법리 판단 자체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형사 범죄와 성격이 크게 다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판결이나 법관의 재판 판단을 경찰 수사관이 범죄 여부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구조 자체가 사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재판의 당부(當否)는 원칙적으로 상급심에서 판단하는 것이 우리 사법시스템의 기본 구조"라며 "수사로 판결에 대한 법리 판단을 평가하게 되면 사법 독립 원칙에 위배되며 수사기관과 법원 간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수사 주체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법왜곡죄의 경우 피의자가 판사나 대법원장 등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공수처 관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공수처법은 판사와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왜곡죄가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왜곡죄가 성립하려면 법관이 법령에 반하는 판단을 하면서도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법을 왜곡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수사 단계에서 상당수 사건이 입건 전 단계에서 종결되거나 불송치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판 과정에서의 법리 판단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영역이기 때문에 형사 책임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명백한 법리 왜곡과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범죄 성립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