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향남제약단지서 약가인하정책 반발 간담회점검되지 않은 상황-정리 안 된 요구 등 부족함만 드러내현장은 없고 근로자 목소리도, 대응 로드맵도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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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노사 현장 간담회. 260122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국의 손자병법 연구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게리 가글리아디는 손자의 사상을 현대 경영 언어로 재구성해 "전략 없는 전술은 패배에 앞선 소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행동의 많고 적음이 성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어디를 향하느냐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는 뜻이다.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기자회견과 간담회는 외형상 분주해 보일 수는 있지만, 상대를 압박하거나 상황을 바꾸는 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손자병법이 강조한 것도 전투 그 자체가 아니라 싸움의 대상과 방향을 먼저 규정하는 일이었다.제약바이오협회 등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정책이 국내 최대 의약품 생산 클러스터인 향남제약단지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노동계 요구사항과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경기 화성시 향남읍에서 간담회를 열었다.그러나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점검되지 않은 상황, 정리되지 않은 요구, 아직 준비 중인 대응이었다. 서울시청 기준 65㎞에 이르는 짧지 않은 거리, 오후 3시에 시작된 간담회, 좌석을 선착순으로 선발해야 할 정도로 협소한 장소 그리고 반복되는 중언부언은 진심으로 와 닿기보다 정무적인 움직임으로만 읽혔다.비대위 측은 정부안대로 약가를 내릴 경우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쳐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고, 일자리 감축 규모는 1만48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그러나 구체적인 직군 구분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구·생산·사무직 여부, 정규직과 협력사 인력 구분도 없었다. 고용 보장을 요구했지만,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숫자는 컸지만, 정부에 맞서 꺼낼 내용은 없었다.노·사·정협의회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다만 "구성을 위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단계적 설명에 그쳤다. 비대위는 지난해 11월24일 출범했다. 두 달이 지났지만, 협의체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투쟁 계획 역시 구체화하지 않았다. A 노조위원장은 강력한 투쟁을 언급했지만, 다른 노조위원장은 "시행 전이기 때문에 시기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다만 그는 "투쟁할 것이다. 모든 제약사가 인식하고 있다. 준비 중이다"라고 발언했지만, 계획보다는 선언에 가까웠다.이뿐만이 아니다. 엇갈리는 메시지는 계속됐다. 전혜숙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은 "투쟁으로 갈등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라"라고 말했지만, C 노조위원장은 "논리적 이유보다는 삶의 절박함으로 이 자리에 왔다. 논리는 협회에서 찾고, 우리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제와 투쟁이 동시에 제시됐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행동의 밀도도 냉정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대위 출범 이후 이날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행보는 모두 7번이다. 회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 노동계·중기중앙회 방문, 연석회의 등이었다.그 사이 약가제도를 설계한 보건복지부, 최종심의·의결 권한을 가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실제 급여·약가 기준을 집행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의 직접 대면은 없었다. 1만4800명과 그 가족들을 고려하면 일자리 감축 이상의 여파가 있을 일이지만, 두 달간의 행동은 7차례에 그쳤다. 그마저도 내부 정리이거나 우군 확인이 전부였다.간담회 장소도 애매하다. '현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공단을 둘러보며 생산라인을 살피는 일정도, 실제 근로자의 생생한 목소리도 없었다. 대신 서울 도심에서 수없이 반복됐던 문장들이 다시 나왔다. "신약개발이 어렵다", "버틸 수가 없다", "일자리가 위태롭다".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어도 무방했을 간담회였다."산업을 짓밟는 행태", "사형선고와도 같다"는 노조위원장의 말처럼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상황이라면, 그래서 지금 당장 반드시 전해야 할 외침이 있었다면 행보는 달랐을 것이다. 권한을 가진 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국가 보건안보가 걸린 문제라면 국민이 있는 곳을 찾았을 것이다. 공단은 상징으로만 소비됐다.약가인하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플랜도 이해가 되고, 제약업계의 목소리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확인된 것은 구체화하지 않은 수치, 준비 단계에 머문 협의와 투쟁 그리고 엉뚱한 동선이었다.업계는 '일방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정책의 윤곽은 이미 지난해 11월 공개됐다. 그럼에도 내부 메시지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이날 간담회에서도 반드시 해야만 했었던 말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을 거론했지만, 현장은 볼 수 없었다. 정부 정책을 돌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언제, 누구를 상대로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절박함만 맴돌았다.다음 행보가 또 다른 간담회라면 향남은 반복될 뿐이다. 아직 비대위는 비상대책이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