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태계 무시한 새만금 이전론반도체 특성 모르는 무책임한 논리분·초 다투는 생존 경쟁 발목 잡을라
-
- ▲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SK하이닉스
최근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장물 보상과 유적지 조사 등을 근거로 '새만금 이전'에 불 지피기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전론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억지에 가깝다.청와대는 지난 8일 “기업 이전은 검토하지 않았으며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법원도 일부 환경단체가 제기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계획 승인 처분 취소 관련 소송도 기각했다.이처럼 사실상 결론이 난 사안을 놓고 이전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차세대 에너지 공급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시각으로 볼 수 있다.반도체 공장은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 안정적인 전력을 전제로 한다. 새만금 이전을 주장하는 측은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태양광은 이용률은 원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용인 클러스터에 필요한 15GW를 태양광만으로 충당하려면 호남 전역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기상 상황에 따라 출력이 급변하는 재생에너지는 24시간 정밀 공정을 유지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에 치명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ESS 구축 비용은 결국 기업 부담으로 돌아간다.그럼에도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과 SMR을 외면한 채 이전을 해법처럼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대형원전 2기, SMR 1기 등 신기원전 건설 계획을 구체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용인 클러스터의 전력난은 호남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방법 외에도 원전 등 기저전원을 통해 수도권 인근에서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결 가능하다. 1.4GW급 신규 원전 1기만으로도 태양광 수십 GW 규모의 안정적인 전력을 24시간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송전망에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다.SMR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SMR은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되며,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안전성이 높다. 호남에서부터 송전망을 깔 필요 없이 수요지 근처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한다.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용인 인근에 들어설 AI 데이터센터들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함께 감당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무탄소 전력이라는 점은 글로벌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탈탄소 기준에도 부합한다.지장물 보상이나 유적 조사로 인한 지연을 이유로 이전을 거론하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축적된 행정 절차와 인프라 설계를 모두 접고 새 부지를 다시 찾는 순간, 10년 안팎의 추가 지연은 피할 수 없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스스로 속도를 늦추는 선택과 다르지 않다.심화되는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초를 다투며 생존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이러한 논란은 힘만 소모하게 하고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논쟁일 뿐이다.결국 용인 클러스터의 핵심은 입지가 아니라 전력을 얼마나 적기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호남 이전론은 갈등의 위치만 바꿀 뿐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질을 흐리는 논쟁으로 기업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