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李대통령과 방중길 동행질타 뒤에도, 배는 함께 탄다끊을 수 없는 동행은 숙명인가 관성인가항해는 계속된다, 문제는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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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에게 바다는 두 얼굴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터전이자 끝없이 싸워야 하는 적이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고, 다시는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결국 배를 띄운다. 인간과 운명의 관계처럼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피할 수 없는 동행이다.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 직후 주요 금융지주·은행 최고경영자들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 장면은 이 비유를 떠올리게 한다. 불과 얼마 전 공개 석상에서 질타를 받은 당사자들이 이번에는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에 올랐다. 금융권 안팎에서 해석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겉으로 보면 이번 방중은 한중 경제 협력을 위한 통상적인 경제사절단 일정이다. 하지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이를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강한 발언 이후 처음 잡힌 대형 공식 일정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의 '동행 여부'는 의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금융지주 회장들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빠질 수 없는 자리다. 연임을 막 끝냈다고 해서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임 이후가 더 조심스럽다. 임기는 남아 있고, 정책금융·성장금융·지역금융 등 정부의 핵심 과제는 여전히 금융권의 자금 집행을 전제로 한다. 바다를 떠나면 노인은 생계를 잃는다. 정부 일정에서 빠지면 금융지주는 관계의 파도를 홀로 맞게 된다.정부 역시 금융권을 전면 압박하기는 어렵다. 금융지주들은 앞으로도 수년간 수백조 원 규모의 정책 연계 금융을 수행해야 할 주체들이다. 경고는 던질 수 있지만, 노를 부러뜨릴 수는 없다. 그래서 대통령의 질타가 '전면 교체'가 아니라 '관리 강화'로 읽히는 이유다.이번 방중 동행은 화해도, 면죄부도 아니다. 서로가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현실적 확인에 가깝다. 질타는 공개적으로 던졌지만, 관계 단절까지는 선택하지 않았다는 신호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바다에서 돌아온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동행은 유지된다.금융지주와 정부의 관계는 늘 이 경계 위에 서 있었다. 관치와 자율, 견제와 협력 사이를 오가며 이어진 숙명적 동행이다. 문제는 이 관계가 언제까지 관성에 기대 유지될 수 있느냐다. 바다의 규칙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항해도 같은 싸움이 반복될 뿐이다. 질타 이후에도 배를 함께 탔다면, 이제는 항해의 규칙을 바꿀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