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으로 이의신청, 사건 당사자가 시간·비용 모두 부담해야"최소한의 절차 보장" … 보완수사 요구권 존폐 논란 지속
  • ▲ 검찰. ⓒ뉴데일리 DB
    ▲ 검찰. ⓒ뉴데일리 DB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된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으로 출범한 검찰청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시행으로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검찰청 폐지는 단순한 행정조직 개편을 넘어 해방 이후 유지돼 온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의 기본 틀을 바꾸는 변화로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그 동안 국가 사법 시스템의 한축을 지탱해 온 검찰청이 사라지게 되면 그간 상호 견제 역할을 해 온 경찰에게 권한이 집중돼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검찰이 직접 수사해 왔던 6대 중대범죄는 행정안전부 산하에 새로 설치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맡게 되지만 여전히 해당 기관의 성격이나 기능, 구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서 과연 검찰이 해 온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경찰 수사' 통제하던 검찰, 10월부터 사라진다 

    검찰청이 사라진 후 그간 검찰이 맡아 온 기소와 공소유지 기능은 법무부 산하에 신설되는 공소청으로 이관된다. 6대 중대범죄를 제외한 일반 형사사건 수사는 기존과 동일하게 경찰이 전담한다.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경찰은 상하관계가 아닌 병렬구조로 배치된다. 각 기관은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며 조직상 지휘·감독 관계는 설정되지 않는다. 

    기존에는 검찰이 경찰 수사에 대해 실질적인 통제 역할을 해왔다. 경찰이 사건을 수사한 뒤 송치 또는 불송치를 결정하면 검찰은 사건기록을 검토해 기소·불기소를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법률에 근거한 권한 행사로 강제력이 있었다.

    이처럼 전국에 배치된 1700여 명의 형사부 검사는 송치 단계에서 사건을 점검하며 수사의 방향과 범위를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사전 안전판'으로 인식해왔다.

    공소청 체제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공소청은 경찰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병렬구조에 놓인 기관이기에 지휘·감독 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면서도 수사 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제한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휘는 없고 책임만 지는 구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불송치 사건 처리 방식도 큰 변화를 맞는다.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사건은 공소청에 전달되지 않는다.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제기해야만 공소청이 사건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공소청은 사건기록을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경찰이 무시하거나 형식적으로 대응하면 공소청에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소청의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로 좁혀진다. 경찰의 판단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을 하거나 충분하지 않은 기록을 토대로 기소를 강행하는 것이다. 불기소를 선택하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되고 부실한 기록으로 기소를 선택할 경우에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 ▲ 경찰. ⓒ뉴데일리 DB
    ▲ 경찰. ⓒ뉴데일리 DB
    ◆이의신청, 사건 당사자가 시간·비용 부담해야

    정부조직법 개정을 강행한 정부·여당은 검찰청 폐지 이후에도 통제 장치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경찰의 송치·불송치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제도가 있고 공소청의 기소·불기소 판단에 대해서는 항고와 법원 재정신청 절차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절차는 사건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작동한다. 국가 기관이 직권으로 자동 개입하는 구조는 아니다. 결국 수사 오류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사건 당사자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의신청, 항고, 재정신청은 모두 수사기록에 대한 법리 판단이 필요하다.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하며 절차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형식적으로는 누구나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변호사 조력이 없으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법 전문 교수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국제적으로 논의돼 온 과제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통제장치와 책임 구조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불송치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1차 검증 기능이 약화하는 점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사법은 시행 이후 문제가 드러나도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영역"이라며 "70여 년간 유지된 구조를 바꾸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단계적 검증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완수사 요구권' 폐지…"경찰 통제 미비 따른 피해는 국민 몫"

    검찰청 폐지와 함께 보완수사 요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통제 장치를 약화시켜 큰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안전판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편 TF가 지난달 진행한 설문에서는 전체 응답자 89.2%가 경찰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필요하다고 봤고 85.6%는 검사의 보완수사 권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이유로는 사법경찰의 수사 미비와 부실을 보완해야한다는 응답이 81.1%로 가장 많았다. 같은 달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1%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 요구권을 부여해야한다고 의견을 냈다.

    실제 최근에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와 직접 수사로 경찰의 수사 결론이 뒤바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남부지검 인권보호부(김종필 부장검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7월 혈중알코올농도 0.206%로 운전을 하다가 건물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차량에서 열쇠를 찾다가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솔치했지만 검찰이 CCTV 확인 등 보완수사를 거쳐 혐의를 입증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경민 부장검사)는 B구청 전 과장급 공무원 C씨에 대해 보완수사를 거쳐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C씨는 지난 2018년 하수도 보수·보강 공법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고 퇴직 후인 2019년 해당업체로부터 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경찰이 공법 선정에 관여한 중요 참고인들을 상대로 별다른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다시 C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에 검찰이 중요 참고인들을 직접 조사했고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이 행사된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B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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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뉴데일리 DB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 경찰이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을 송치한 데 대해서도 검찰이 송 전 회장을 제외한 3명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정치인 후원을 집행한 송 전 회장에 대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윗선인 한 총재 등의 개입에 대해서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공소청이 기소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절차는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기존에는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문제가 있을 경우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권이 있는 사안에서는 직접 수사에 나서 통제 역할을 해왔다"며 "수사권을 경찰로 일원화하면서도 경찰의 잘못을 통제할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 변호사는 "특히 아동학대·성폭력 사건의 경우 경찰 수사 이후 검찰 단계에서 판단이 뒤집히는 사례들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안전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수사권이 강화된 상황에서 이에 걸맞은 내부 통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경찰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양한 사건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수사 교육을 확대하고 경찰 수사를 견제하는 제도로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유지 여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