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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팬레터' 공연 장면.ⓒ라이브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팬레터' 10주년 기념 공연 프레스콜. 2016년 초연부터 올해 다섯 번째 시즌까지 모두 참여한 김태형 연출은 "공연은 한 번 하고 사라질 수 있는데 생명력을 가지고 10년 동안 지속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다. 계속 살아 숨 쉬게 해준 관객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0은 완전함, 완성, 최고의 도달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완벽한 숫자'로 여겨진다. 파타고라스 학파 등 고대부터 10은 1~9 모든 숫자를 포함하는 '완전한 수'로 인식돼 왔다. 이는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상징한다. 또, '하나의 굽이를 넘어선 수, 하나의 매듭이 끝난 수'로 완성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뮤지컬 '팬텀'·'베어 더 뮤지컬'·'어쩌면 해피엔딩'·'난쟁이들'·'앤ANNE', 연극 '꽃의 비밀'·'프라이드'·'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엘리펀트 송'… 올해 10주년을 맞은 공연이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곤 투모로우' 등도 내년 10주년을 기념해 차례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10주년 공연은 그동안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에 성공함으로써 현장에 든든하게 자리잡은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꾸준한 수정·보완 작업은 창·제작진의 작품을 향한 의지와 시장성이 조응한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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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팬레터' 공연 장면.ⓒ라이브
'팬레터'(한재은 작, 박현숙 작곡)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김유정과 이상, 순수문학단체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 비밀에 싸인 작가 히카루를 주축으로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매혹적으로 그린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에는 김종구·김경수·이규형·에녹(김해진 역), 문성일·윤소호·김리현·원태민(정세훈 역), 소정화·김히어라·강혜인·김이후(히카루 역) 등이 무대에 오른다. 전 시즌에 출연한 배우 이규형은 "어렸을 때 '렌트' 10주년 기념 영상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만든 작품으로 10주년 무대에 선다는 게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진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초연 때 출산하느라 조리원에서 곡을 썼던 박현숙 작곡가에게 '팬레터' 10주년은 남다르다. 박 작곡가는 "초연 당시만 해도 이 작품이 오래도록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라고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며 "10년 전 저는 한 편의 편지 같은 이야기를 악보 위에 올려놓으며 벅찬 기쁨과 동시에 먹먹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시대의 그늘 속에 놓였던 문인들의 상황이 가슴 아팠고, 사랑받지 못한 인물들의 마음은 오래도록 제 안에 울림으로 남았다. 그 감정들을 음악으로 담아내기 위해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했고, 그렇게 무대 위에 올려진 작품은 관객 여러분의 숨, 배우들의 떨림, 무대 뒤에서 묵묵히 흐르던 시간들이 더해지며 더욱 깊고 단단한 작품으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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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앤ANNE' 공연 장면.ⓒ극단 걸판
2005년 3월 경기도 안산에서 창단한 극단 걸판이 뮤지컬 '앤ANNE' 10주년 공연을 내년 2월 15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선보인다. '앤ANNE'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의 '빨간 머리 앤' 가운데 1권 '초록 지붕 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을 원작으로 한다. 극단 걸판의 대표이자 배우인 최현미가 극작과 연출을, 작곡·편곡·음악감독은 박기태가 참여했다.
작품은 걸판여고 연극반이 정기공연으로 '빨간 머리 앤'을 무대에 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다. 극 중 연극 연습 과정에서 원작 줄거리가 재기발랄한 안무, 19개 넘버와 함께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앤'의 성장 시점에 따라 세 배우가 연기하는 각각의 '앤'을 통해 서로 다른 '앤'의 개성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관람 포인트다.
최현미 극작·연출은 "어렸을 적 친구처럼 느꼈던 앤을 10년이나 곁에 두고 공연할 수 있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함께 이 시간을 걸어와 준 배우들과 스태프들께 늘 고맙다. 제가 다듬은 이야기가 부디 앤을 더 사랑하게 만들기를, 관객분들께 깊이 와닿기를 소망하며 앞으로의 무대도 소중하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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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장면.ⓒ나인스토리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내 초연된 연극 '엘리펀트 송'이 2026년 3월 8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장기 공연을 이어간다. 크리스마스 이브,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마지막 목격자인 환자 마이클, 수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캐나다 작가 니콜라스 빌런의 데뷔작으로, 2004년 캐나다 스트랫퍼드 축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로렌스 행방의 단서를 찾으려는 그린버그와 알 수 없는 코끼리 얘기만 늘어놓는 마이클, 마이클이 경계하는 수간호사 피터슨 등 세 인물의 대화가 치밀하게 엇갈리며 감동과 반전을 선사한다. 고독과 외로움, 사랑에 대한 갈망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다.
마이클을 돌보는 수간호사 '피터슨' 역을 맡은 고수희는 10년 동안 '엘리펀트 송'과 전 시즌을 함께한 유일한 배우다. 고수희는 "매 시즌마다 자연스럽게 저를 다시 불러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애틋한 마음으로 마주하게 했다. 관객과 함께 쌓아온 시간들은 제게 큰 선물처럼 남아 있고, 그 마음이 이 작품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힘이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