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조건·투자 총액·반도체 관세 등 해석 엇갈려협상 문안·해석 차로 문서 조율까지 진통 불가피 전망
  • ▲ 김남준 대변인이 30일 경북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캐나다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남준 대변인이 30일 경북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캐나다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이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지급하고 한국 기업이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세부 내용은 협의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 양측의 발표 내용은 관세 투자 반도체 시장개방 등 주요 항목에서 일부 불일치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양측 간 합의가 향후 공동문서 형태의 최종합의가 발표되기까지는 조율 과정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6년 만에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6년 만에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97조 30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추가로 한국은 미국의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에 동의했으며, 부유한 한국 기업들과 기업인들의 대미 투자는 6000억 달러(약 852조 2400억 원)달러를 초과할 것"이라고 적었다. ⓒ소셜트루스 캡처
    앞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6년 만에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97조30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추가로 한국은 미국의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에 동의했으며, 부유한 한국 기업들과 기업인들의 대미 투자는 6000억 달러(약 852조2400억 원)를 초과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경북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세부적인 내용들은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어제 실장들이 발표한 내용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며 "지금 답변드릴 수 있는 수준은 그 정도"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미 관세 합의를 총 9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관세 인하 지급 투자·약속으로 묘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전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표와 큰 괴리가 있다. 김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브리핑을 열고 "대미 금융 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약 284조7400억 원)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약 213조5550억 원)로 구성된다"며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MOU 문안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한미 무역합의 세부 내용은 투자 총액을 비롯해 '반도체 관세'와 시장 개방 등과 관련해 양측의 설명이 엇갈린다는 지적을 일축했다. 그는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이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하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인 대만과 동등한 입지를 확보해 불확실성을 제거한 협상 결과"라며 "발표 내용은 양측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관련 문서는 마무리를 위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한미 무역합의를 소개하면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어떤 시장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한국은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한국은 이미 모든 미국산 상품에 대해 시장이 개방돼 있고, 이번 합의로 추가적으로 변경되는 사항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즉, 기존 쇠고기 월령 제한, 쌀 저율관세율 할당(TRQ) 등 현행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발표가 맞다는 취지인데 미국 측과도 동의가 됐다는 근거 문서나 내용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부분은 짧게 답변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협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추후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백악관이 한미 합의 사항에 대해 발표한 팩트시트와 관련해서는 "조인트 팩트시트는 합의가 되면 배포할 수 있고, 별도의 한국 측 팩트시트 계획은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50%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될 주제 중 하나"라며 "세부적인 합의 혹은 협의 내용들, 혹은 이 내용이 합의 주제에 들어가는지 여부도 지금 상황에서는 말씀드리는 것이 경우에 따라 부적절할 수도 있다"고만 답했다.

    한편, 김 대변인은 전날 한미 오찬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반복했고, '자랑스러운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쓰며 거듭 찬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천마총 금관 모형)에  각별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원래 그 선물들을 별도로 외교부가 미국에 전달할 예정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직접 싣고 가겠다고 해서 그게 가능한지 급히 우리 측에 요청했다. 오벌 오피스 어디에 둘지도 이미 정해 놨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변인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30일 미중 정상회담, 1일 한중 정상회담 등 한미중 정상이 연쇄회담이 열리는 것에 대해 "세계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대전환의 시기에 변화의 축이 될 미국·중국과의 관계가 새로운 질서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중 3자 연쇄회담은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질서의 이정표가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