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수준의 대출규제…시장 레버리지를 '흡연' 다루듯대출 죄악시하는 정부의 이중잣대…국민만 '내로남불' 피해자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LTV(담보인정비율)는 40% 수준으로 낮아졌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한층 촘촘해졌다. 집값 구간별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까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해버렸다.

    수도권 실수요자들까지 자금줄이 막히면서 "집 사지 말라는 거냐"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물론 정책당국의 우려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가계부채는 2000조원에 육박하고 있고, 대출이 늘면 금융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주담대가 늘수록 집값이 자극되고, 다시 대출 수요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제는 지금의 접근법이 지나치게 '금연운동'식이라는 점이다. 대출을 흡연처럼 유해한 행위로 보고, 무조건 억제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다. 

    은행업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영위하는 공공성 높은 산업이다. 그런데 정부가 허가한 산업을 두고 "이건 나쁜 습관이니 하지 말라"고 하는 꼴이 됐다. 정부가 담배사업을 허가해놓고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출을 죄악시해 놓고 대통령실 참모나 여당 인사들의 갭투자·다주택 보유가 드러나면 개인사로 변명하고 넘어가니, 빚 없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대다수 국민이 '내로남불'이라 비판하는 게 이상할 리 없다.

    문제는 대출이 담배처럼 해로운 게 아니라, 경제의 혈액이라는 점이다.

    지금처럼 총량 억제에만 매달리면 경제는 빈혈에 걸린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숨통이 막히고, 젊은 세대는 첫 주택의 꿈조차 접게 된다. 반면 현금 부자만 더 많은 자산을 사들이는 역진적 결과가 생긴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외치며 기업대출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사들은 가계와 기업 대출을 무자르듯 가를 수도 없다. 가계대출을 옥죄면 금융기관은 전체 리스크 한도에 묶여 기업대출에도 제약이 발생한다.

    금융정책은 금연운동이 아니라 영양관리여야 한다. 문제는 먹지 못하게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게 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현재 정부는 금융안정을 명분으로 대출을 옥죄면서, 정작 '신용사면'으로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신용의 혈류를 유지하는 일이다. 그게 바로 자유시장경제에서 금융행정이 지녀야 할 진짜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