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패트리엇·사드 전력 중동 차출한반도 다층방어망 구조적 결함 노출정찰자산 부족 속 '미군 유연성' 상시화우리 軍 물량 전용하는 K-방산 딜레마L-SAM 조기 전력화·정찰자산 확충 필요
  • ▲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미 정부가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0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기지에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뉴시스
    ▲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미 정부가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0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기지에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 대(對)이란 방어망을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패트리엇(PAC-3) 수개 포대를 중동으로 이미 반출한 데 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 일부까지 중동으로 이송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엇과 사드 전력의 중동 차출은 한반도 다층방어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주한미군 전력이 미국의 글로벌 전략 운용에 따라 언제든 한반도를 이탈할 수 있다는 '전략적 유연성'의 상시적 불확실성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핵심은 미군 전력 유출 그 자체보다는 그간 우리 군이 방치해 온 고도화된 감시·정찰 자산의 부재와 그로 인한 구조적 전력 결함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드·패트리엇 중동 반출로 다층방어망 공백 불가피

    1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군은 항공기 요격을 주 임무로 하는 천궁-I(M-SAM Block-I) 약 18개 포대와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춘 천궁-II(M-SAM Block-II) 약 10개 포대, 패트리엇(PAC-2·3 혼합) 8개 포대를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PAC-3 기준 고도 15~40㎞ 내외의 하층 방어를 담당하는 패트리엇은 군사 기지와 지휘·통제시설 등 핵심 표적을 방어하는 국지 방어에 특화된 자산이다.

    천궁-II도 고도 15~20㎞ 종말단계에서 탄도탄을 요격하는 하층 미사일 방어 전력으로 군은 2027년까지 20여 개 포대로 전력을 확충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10개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패트리엇 포대가 3개 이상 한반도 밖으로 반출되면 천궁-II 전력만으로는 그 공백을 온전히 상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 ▲ 한국군 복합방어체계 개념도. ⓒ방위사업청 제공
    ▲ 한국군 복합방어체계 개념도. ⓒ방위사업청 제공
    ◆사드 1개 포대에 의존 … 현재로선 사드 요격미사일 호환 불가능

    고도 40~150㎞ 상층 방어를 전담하는 사드 요격미사일의 반출은 패트리엇의 이동과는 차원이 다른 전력 공백을 야기한다. 성능이 개량된 사드는 발사대를 전방 배치해 운용하면 수도권까지 방어를 제공할 수 있고 1개 포대로도 남한 면적의 약 3분의 2범위까지 커버할 수 있다.

    문제는 한반도 상층 방어를 주한미군 사드 1개 포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국산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L-SAM은 2024년 개발 완료됐으나 양산·배치는 내년부터 시작돼 2027년이 돼서야 전력화될 예정이다.

    사드 포대는 교전통제소와 X-밴드 레이더(AN/TPY-2), 발사대 차량 6대로 구성되며 각 발사대에는 8개의 발사관이 탑재돼 포대당 최대 48기의 요격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 중동 반출이 임박한 요격미사일이 비축분인지 여부와 구체적인 반출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차출로 인해 광범위한 지역을 담당하는 상층 방어 역량이 일정 부분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사드 요격미사일 일부 반출이 한반도 방어망에 치명적인 공백을 초래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사드 요격미사일의 체계적 특수성으로 패트리엇이나 천궁-II 등 타 방공체계와의 탄약 호환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구조적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가속화될 경우 대체 전력 부재 시 상층방어망의 연쇄적 약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합참) 출신 군사 전문가는 뉴데일리에 "최근 개량으로 사드 발사대 PAC-3 운용과 레이더 정보 공유 등 연동이 강화됐으나 사드 요격미사일은 규격과 유도체계 특수성으로 패트리엇·천궁 등 타 발사대와 직접 호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개요. ⓒ뉴시스
    ▲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개요. ⓒ뉴시스
    ◆사드 레이더 반출 시 정밀경보 공백 우려

    향후 사드 레이더까지 차출될 경우 현재 보유한 레이더 전력만으로는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밀 경보 체계에 중대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사드 포대의 핵심은 요격미사일 그 자체보다 X-밴드 레이더가 지닌 고성능 탐지·추적 능력에 있다. 우리 군이 주력으로 운용 중인 이스라엘제 그린파인 레이더는 최대 1000㎞급 장거리 탐지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정밀도 면에서는 사드 레이더의 고정밀 추적 능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한국 정부는 타격 전력 중심의 미사일 증강에 주력하면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탐지용 국산 레이더 개발과 감시정찰(ISR)·지휘통제(C4I) 체계 확충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핵심 지상 감시 자산으로 꼽히는 E-8C 조인트스타즈 도입 사업이 비용 문제 등으로 번번이 좌초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고가의 해외 레이더 도입이 어렵다면 독자 개발이라도 서둘러야 했으나 군 내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전략적 공백을 자초한 것이다.

    대신 우리 군은 공군이 운용 중인 피스아이(E-737) 조기경보통제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왔다. 피스아이는 총 4대가 운용 중이며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해 한반도 전역 항적을 광역 감시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기와 저고도 위협 대응에 특화된 조기경보통제기의 특성상 탄도미사일 정밀 추적에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주한미군 전력 차출 기간에 RC-135 리벳조인트 등 고성능 정찰자산의 증강 전개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현재 이란 전쟁으로 미 본토 자산이 중동에 집중 투입되고 있어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라 사드 레이더까지 반출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사드 레이더가 반출되면 체계 자체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만큼 L-SAM의 조기 전력화 성능개량(L-SAM-II), 국산 레이더 개발을 통해 상층 방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 ▲ 합참은 2024년 11월 6일 서해지역에서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전력이 참가한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훈련은 적의 미사일 도발을 가정하여 우리군의 천궁-Ⅱ와 패트리어트 지대공유도탄으로 가상의 표적에 대해 요격하는 절차로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격추했다.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모습. ⓒ합참 제공
    ▲ 합참은 2024년 11월 6일 서해지역에서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전력이 참가한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훈련은 적의 미사일 도발을 가정하여 우리군의 천궁-Ⅱ와 패트리어트 지대공유도탄으로 가상의 표적에 대해 요격하는 절차로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격추했다.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모습. ⓒ합참 제공
    ◆K-방산 딜레마 … '자국 방패' 헐어 파는 현실

    K-방산의 기록적 수출 성과 이면에는 우리 군의 핵심 방공 전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UAE·사우디·이라크 등 천궁-II 수입국들이 조기 납품과 추가 요격미사일 공급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UAE는 2022년 10개 포대 계약 당시 우리 공군 배치 물량 1개 포대를 우선 인도받아 실전 배치했으며 최근 이란 공격으로 요격미사일 소진 후 나머지 8개 포대의 신속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와 이라크도 긴급 조달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연간 생산 한계를 고려해 우리 군의 배치·배치 예정 물량 전용 방안을 검토 중이나 자국군의 '방패'를 헐어 파는 식의 수출 지상주의는 안보 자강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합의' 사항 아닌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 고고도 방어망·정밀 감시자산 확충해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및 전력의 역외 차출은 한미 간 합의가 아닌 '협의' 사안이므로 한국 정부가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안보가에서는 주한미군 전력 재배치나 차출을 한미가 사전 협의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지지만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일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위원회(SCC)도 원칙적으로는 주일미군 전력·병력 조정 협의 기능을 하게 돼 있지만 실제 조정 국면에서 작동된 사례는 없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해당 사안의 공식 협의 절차 마련을 위한 내부 검토가 진행됐으나 미국의 전략적 기조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실제 대미 제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상수가 된 현시점에서 한국 안보의 사활은 동맹의 선의가 아닌 독자적인 고고도 방어망과 정밀 감시 자산의 조기 확보라는 자강(自强)의 속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