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성 황반변성 환자들에 도움…칩 이식 32명 중 27명이 시력 일부 회복"인공 시력 역사상 새로운 시대"
  • ▲ 프리마 임플란트 칩 이식 후 특수 안경으로 글자를 읽는 임상 시험 참가자 실라 어빈. 출처=무어필즈 안과병원 홈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 프리마 임플란트 칩 이식 후 특수 안경으로 글자를 읽는 임상 시험 참가자 실라 어빈. 출처=무어필즈 안과병원 홈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실명 환자들이 안구 후면에 칩을 이식해 시력을 일부 회복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텔레그래프를 인용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 내 실명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마(Prima) 임플란트 국제 임상 시험에 참여한 결과, 초소형 광전 마이크로 칩을 이식받은 환자 32명 중 27명이 시력을 일부 회복해 글을 읽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프리마는 미국 캘리포니아 바이오테크 기업 사이언스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임플란트다. 지리적 위축증(GA)이라 불리는 건성 황반변성(AMD) 환자들에게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두께를 가진 2㎜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망막 아래에 삽입하는 방식의 시술로 시력 회복을 돕는다.

    이후 환자들은 비디오카메라가 내장된 특수 안경을 착용한다. 카메라는 적외선 신호로 변환된 영상을 눈 속의 칩으로 전송하고, 이 신호는 다시 휴대용 프로세서로 보내져 영상이 강화되고 선명하게 조정된다.

    이렇게 처리된 이미지는 임플란트와 시신경을 통해 환자의 뇌로 전달돼 시각을 일부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

    유럽 5개국에서 38명의 실명 환자가 실험에 참여했다.

    그 결과 칩을 이식받은 32명 중 27명이 중심 시력을 이용해 다시 읽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임상 시험의 영국 측을 주도한 런던 무어필즈 안과병원의 마히 무킷 전문의는 "이들은 시력 상실로 더 이상 읽거나 쓰거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던 노인 환자"라며 "어둠에서 벗어나 다시 시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 시력 역사상 새로운 시대를 의미한다"며 "실명 환자들이 실제 의미 있는 중심 시력 회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된 전례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의 주저자인 독일 본 대학교의 안과 전문의 프랑크 홀츠 교수는 "지리적 위축증으로 실명한 환자에게 기능적 중심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임상 시험에 참여한 환자 중 시력을 되찾은 70세의 실라 어빈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된 그는 칩 이식 전 눈앞에 두 개의 검은 원반이 있어 독서와 운전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어빈은 "열렬한 독서광이었는데 그 삶을 되찾고 싶었다"며 "처음엔 전혀 볼 수 없었지만 어느 날 글자 가장자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글자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을 땐 정말 짜릿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프리마 임플란트는 아직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아 임상 시험 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 향후 비용이 얼마나 들지도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