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마비의 책임, 국회와 대통령에 있어방미통심위원장 정무직화, '심의 중립성' 흔들 '권력의 도구'로 삼지 말고, 심의기능 복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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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청년들이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에 속아 캄보디아 현지로 유인·감금돼 사망한 참사는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라, 온라인 유해 정보에 대한 '심의 공백'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시민사회계에서 나왔다.
- ▲ 20일 오전 충남 홍성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일부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들이 법정을 나오고 있다. 이날 홍성지원에서는 충남경찰청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캄보디아 송환자 45명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국내 온라인 공간 '하데스 카페' 등에서 불법 구인광고가 장기간 유통됐지만 정부와 국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를 마비시켜, 최소한의 경보·차단 기능이 작동하지 못해 발생한 '구조적 실패'라는 따가운 지적이 제기된 것.
'공정언론'을 지향하는 언론인들의 모임체, 미디어연대(상임대표 황우섭)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보이스피싱'으로 사망한 사태를 국가의 심의기능 마비가 초래한 인재로 규정하고, 정부·국회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미통심위') 심의위원 추천·위촉을 하루빨리 추진해 심의기능을 정상화시킬 것을 촉구했다.
미디어연대는 "방미통심위의 전신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방송·인터넷상 불법·유해정보를 신속히 심의·차단하는 헌법적 성격의 준사법 독립기구"라며 "그럼에도 지난 6월 이후 위원 정족수 미달로 심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불법 구인광고·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피해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연대는 방심위가 정족수 미달로 기능을 상실하게 된 건, 애당초 방심위의 심의위원 공백을 방치한 정부·여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심의위원 추천'을 장기간 방치했고,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남은 '대통령 위촉 몫' 1명을 임명하지 않으면서 심각한 '심의 공백'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미디어연대는 "방심위 업무 마비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생명·안전으로 전가됐다"며 "국민 생명·안전보다 정파적 계산이 앞섰던 대통령과 국회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꾸짖었다.
또한 미디어연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동남아 불법 구인광고 긴급 삭제'를 직접 지시한 것을 두고 "심의의 독립 및 절차적 정당성과 상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연대는 "사태의 심각성과 국민 피해 최소화라는 취지는 존중돼야 하나, 개별 콘텐츠의 삭제에 행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듯한 표현은 심의 독립·절차적 정당성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면서 △방미통심위는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고(제18조 제1항) △심의위원은 외부의 부당한 지시·간섭을 받지 아니하며(제21조 제1항) △심의위가 제재조치를 정하면 방미통위가 처분을 명령하도록 분리 설계됐다(제26조 제3·5항)는 점을 거론했다.
미디어연대는 대통령이 불법 여부를 단정하고 삭제를 명령하는 것은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검열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미디어연대는 방미통심위원장의 신분이 '정무직공무원'으로 바뀐 것 역시 심의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려운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새 방미통위 설치법이 시행되면서 방미통심위원장은 △정무직공무원이 됐고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됐으며(제18조 제5항) △국회 탄핵소추 의결 대상에도 포함됐는데(제19조 제5항), 이로써 심의 독립성의 정점인 위원장 인사에 '정치적 변수'와 '탄핵 가능성'이 상시 작동하게 돼, 심의의 중립성과 자율성에 정치적 압박이 가해질 우려가 커졌다는 게 미디어연대의 견해다.
따라서 심의 독립기구를 정치권 통제 아래 두는 설계가 과연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 권익 보호'라는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미디어연대는 강조했다.
"심의의 지연·공백은 곧 국민 안전·생명의 공백"이라며 "이번 캄보디아 청년 사건의 1차적 범죄는 해외에서 벌어졌지만, 국내 온라인 불법 유통에 대한 정치화된 심의 공백이 위험을 키웠다는 점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미디어연대는 "국회와 정부는 심의기구를 권력의 도구로 삼지 말고, 심의위원의 추천·위촉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방미통심위 심의기능 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