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배당 절차에 국회가 좀 관여 하겠다는데""재판권 침해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발언 논란사건 '무작위' 배당 원칙 침해 … 野 "위헌 소지"
  • ▲ 지난 15일 김어준(오른쪽 두번째)씨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기표·박주민·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김어준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 캡처
    ▲ 지난 15일 김어준(오른쪽 두번째)씨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기표·박주민·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김어준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 캡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 사건 배당 관여'를 주장하면서 또다시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사건 배당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 주범으로 몰아간 잣대와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제3자의 재판 배당 개입은 '무작위 배당' 원칙을 붕괴시키는 발상으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 '뉴스공장'에 출연해 "사건 배당 절차에 국회가 좀 관여를 하겠다는데 재판권 침해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어준 방송에는 변호사 출신인 박 의원을 비롯해 판·검사 출신인 김승원·김기표 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해당 발언은 내란특별재판부를 옹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1소위에 회부된 내란특별법안은 국회·법안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각 3명씩 추천한 9인의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가 내란특별재판부 판사를 2배수로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그 가운데 임명하도록 하는 구조다.

    헌법상 사법권(101조)과 법관임명권(104조)은 법원에 속하지만, 내란특별법안은 제3자가 진행 중인 특정 사건에 대해 특정한 법관을 인위적으로 배당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16일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국회 추천 몫 삭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3자가 배당에 개입'하는 구조는 변함이 없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내란특별재판을 옹호하는 민주당의 발상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청산' 미명하에 양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으로 비난한 당시의 태도와도 180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배당 개입 의혹이 제기된 양 전 대법원장은 2019년 2월 헌정사 처음으로 구속됐다. 2015년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소송 사건 1심 선고 후 서울고등법원장에게 특정 재판부, 특정 판사를 주심으로 사건이 배당되도록 요청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민주당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제안했고,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대법원장 중심으로 재판을 인위적으로 왜곡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법비(法匪)의 난" "사법 정의와 양심을 짓밟은 사태" "사법농단" 등과 같은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판단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1심에서는 47개 모든 혐의가 무죄로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시 배당 조작 의혹에 엄격한 잣대로 심판 의지를 견고히 했다. 민주당이 2009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법관 탄핵안을 발의한 사건도 배당 개입 의혹 때문이었다.

    법원 사건 배당에서 '무작위 배당 원칙'은 재판 결과를 예측·조작 또는 개입할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사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했다.

    내외부 압력이나 권력자의 지시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기에 삼권(행정·사법·입법) 분립을 지탱하는 가장 원칙적인 법치 시스템으로 현 민주주의 체제에 자리잡았다. 아울러 국민으로 하여금 "누구에게 맡겨도 공정하다"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갖게 했다.

    검찰 사법농단 수사팀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수사를 이끌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법치주의 국가에서 재판부 구성은 무작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무작위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운 나쁘게 판사 잘못 걸려서 편파적인 판결이 나와도 어쩔 수 없이 시스템이겠거니 하고 승복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런 판사 배정의 무작위성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사법시스템이 유지되는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치주의 재판이 아니다. 이러면 누구도 결과에 승복 안 하니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 된다"라며 "내란특별재판부, 국정농단특별재판부가 위헌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중형을 선고할 것 같은 성향의 판사들을 감별해 모아 만드는 이재명비리특별재판부를 만들어도 위헌이 아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법조인 출신인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헌법 제27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 의미는 단순히 재판을 판사에 의해 받으면 된다는 것을 넘어 사건 배당과 같은 사법행정도 사법부 독립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특정한 사건만 쏙 뽑아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절차가 아닌 특별한 재판부에 또 배당하고, 특정한 사람만 '특별' 취급하면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결과를 가지고 논란만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무영 변호사(임무영법률사무소·전 서울고검 검사)는 "재판부 배정은 과거 군사정권 때 자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에 최대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배당되도록 제도를 변화시켜왔다"며 "(박 의원의 발언은) 국회가 무작위 배정돼야 하는 재판부를 정치적 의도에 따라 임의로 선택하겠다는 이야기이자 사법권 독립을 대놓고 침해하겠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