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통화 직후 13분 만에 움직인 임기훈 … 특검, 직권남용 의심김태효 "尹 격노 봤다" 진술 … 대통령실 향하는 특검 칼끝尹 휴대전화 포렌식 예정 … 임기훈 지시 정황 쟁점 부상윗선 지시 따랐을 뿐? … 임기훈, 책임 선긋기 시도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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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7.19. ⓒ이종현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실세 참모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최근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게 채 상병 사건 보고를 듣고 격노했다"고 진술한 가운데, 임 전 비서관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압수수색 영장 등 정식 절차 없이 채 상병 관련 해병대 수사 기록이 회수된 것은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힐 쟁점이기 때문이다.임 전 비서관은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기록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바로 그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인물이다. 특검은 이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경찰로 넘어간 기록을 회수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尹 전화 받고 13분 만에 행동" … 특검, 임기훈 정조준정민영 순직해병 특별검사보는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해병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봤다"고 진술하면서 특검의 칼끝이 임 전 비서관을 향하고 있다.김 전 차장은 이번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한 장짜리 채 상병 사망 사고 보고를 받았고,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국회에서 "(당시 회의에) 채 상병 보고도, 윤 전 대통령의 격노도 없었다"고 증언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특검이 임 전 비서관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당시 윤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건 기록 회수 지시가 내려진 2023년 8월 2일 윤 전 대통령은 휴가 중임에도 오후 1시 25분께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해 약 4분 51초간 통화했다.통화 직후 임 전 비서관은 약 13분 만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걸어 "경북청에서 전화가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 관리관은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며 "경북청일 것으로 예측하고 다시 전화하니,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이 접수되지 않았다' '(사건기록을) 회수해 가시겠느냐'고 물어봐서 '회수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특검은 이 과정을 '대통령→비서관→국방부→경북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지시·이행 흐름으로 보고 있다.육군 소장(투스타)이었던 임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 발탁됐다. 대통령의 안보 정책을 보좌하고, 국방부와 대통령실을 연결하는 실무 책임자 역할을 맡아 왔다. 오히려 채 상병 사망 사건 이후에 중장(쓰리스타)으로 진급했다.특검은 윤 대통령과 임 전 비서관의 통화에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 기록을 회수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입증할 중요 단서 중 하나다.대통령실은 그간 윤 전 대통령의 수사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그러나 김 전 차장의 진술 번복에 이어 임 전 비서관의 소환까지 가시화되면서 특검 수사는 대통령실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임 전 비서관이 특검 조사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따라 특검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통령의 격노→비서관 실행→국방부 전달→경찰 회수'라는 구조가 사실로 확인되면 대통령실의 책임론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 ▲ 정민영 순직해병 특별검사보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법조계 "임기훈 소환·尹 휴대전화 분석, 통화 내용 밝혀질 듯"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임 전 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와 함께,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윤 전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에서 당시 통화 기록이나 메모, 일정 등 관련 단서를 확보해 임 전 비서관과의 통화 내용 및 지시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정민영 특검보는 14일 브리핑에서 "피의자들이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휴대전화는 대검찰청에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봤다고 한 이상, 임기훈 전 비서관은 통화 직후 지시를 받고 움직였는지를 밝히는 게 논리적 수순"이라며 "임 전 비서관이 지시를 부인하더라도 이미 드러난 정황과 모순된다면 특검은 물증을 통해 입증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일각에서는 임 전 비서관이 '윗선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자신의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김태효 전 차장이 지난 11일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목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외압 지시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결국 임 전 비서관 역시 윗선의 의중을 전달하거나 상황을 관리했을 뿐, 구체적 실행 책임은 국방부나 경찰에 있었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이른바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채 해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오전 11시 54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문제의 회의에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이관섭 전 국정기획수석,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충면 전 안보실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특검은 지난 10일 국방부와 국가안보실을, 이어 11일에는 윤 전 대통령 주거지를 포함해 임종득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국방부 등 총 2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 30여 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10여 개 등 압수물을 확보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