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산업전반에서 관행처럼 이어져온 신용보강 행위에 대해 아무런 근거없이 과징금을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예부터 산업계는 계열사 신용보강을 위해 그룹에서 자체적으로 보증을 서왔다. 그러나 공정위에서 뜬금없이 제재에 나서면서 시장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명확한 수수료 법적기준이 없고 관련해서 처벌한 사례도 없는 만큼 이번 과징금 부과를 놓고 특정회사에 대한 '핀셋식 처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9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중흥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80억2100만원을 부과하고 지원주체인 법인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10년간 계열사 중흥토건이 시행·시공하는 개발사업과 관련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유동화대출 24건에 대해 총 3조2096억원 규모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가 중흥건설에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다. 공정위 추산 최소 18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수수료를 얼마나 어떻게 지급해야 하는 지 명확한 근거나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조차도 자금보충약정에 대한 정확한 수수료율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공정위 측은 과징금 산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한국주택금융공사(HF)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수수료율중 가장 낮은 비율을 계산해서 나온게 180억원"이라고 답했을 뿐 적정 수수료를 계산하는 방식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HF의 경우 유동화대출에 대한 보증료율이 따로 없으며 HUG도 2015년이후 유동화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판매한 적이 없다.
이를 두고 산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100원을 자금보충약정할 시 그중 3%인 3원을 수수료로 받으라'고 명시했다면 그에 맞게 행동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일각에선 공정위가 명확한 법적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과징금부터 때리고 보는 '기업 길들이기'에 들어갔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그동안 수수료 없이 자금보충약정을 해왔던 만큼 이번 과징금 부과를 두고 '족집게식 처벌'이라도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확인된 자금보충약정 2만8000여건중 부당지원 행위로 처벌 받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공정위는 산업계에 이미 관행처럼 내려온 자금보충약정을 고쳐야 한다면 과징금이란 채찍부터 꺼내들 것이 아니라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
관련 법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위반할 시 채찍을 꺼내들어야 시장질서가 바로 선다. 이런 과정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거래행위를 제재한다면 기업 운영이 위축될 뿐 아니라 시장 혼란도 야기할 수 있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