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시오스 단독 보도…"머스크-베센트, 백악관서 몸싸움 직전 대치"17일 웨스트윙서 고성 충돌…백악관 방문 멜로니 총리 들릴정도
  • ▲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연합뉴스.
    ▲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이 지난주 극심한 고성 논쟁으로 술렁였다.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끝내 폭발해,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장관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가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웨스트윙 복도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언쟁은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 몸싸움 직전의 대치로 이어졌다. 목격자 중 한 명은 당시 상황을 "중년 억만장자 둘이 웨스트윙 복도를 WWE(프로레슬링) 경기장처럼 만든 꼴"이라고 묘사했다.

    갈등의 발단은 국세청(IRS) 수장 인선을 둘러싼 이견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가 지명한 게리 셰플리를 IRS 직무대행으로 임명하자, 베센트는 자신이 추천한 마이클 포크렌더 차관을 배제한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가 "소로스의 하수인"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퍼붓자, 베센트는 "F**k you"라는 욕설로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백악관 보좌관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말릴 정도로 분위기는 격앙됐으며, 이 장면은 마침 백악관을 방문 중이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귀에도 들어갔을 만큼 공개적인 상황이었다.

    신중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진 베센트가 이처럼 격하게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악시오스는 베센트 측 인사를 인용해 "스콧은 원래 온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계는 있다"며 "그는 머스크를 오래전부터 견디지 못해 왔고,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센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재무장관에 기용됐으나, 대통령직 인수 과정부터 머스크와의 관계는 삐걱거려왔다. 두 사람은 인사권과 DOGE 예산 집행 방식을 두고 줄곧 신경전을 이어왔다.

    이번 충돌 이후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서 베센트를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트럼프 열성 지지자 로라 루머도 가세해 베센트를 공격했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다음날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IRS 직무대행 자리는 머스크가 밀었던 셰플리에서 베센트가 추천한 포크렌더로 교체됐다. 이로써 이번 라운드는 베센트가 승리한 셈이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두 사람 간 추가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베센트가 이번엔 이겼지만, 머스크를 적으로 두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