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막기 위한 '라틴 미사 제한', 다시 분열의 씨앗으로전통과 개혁 사이 콘클라베 선택에 세계가 주목
  • ▲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연합뉴스.
    ▲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가톨릭 교회 내 가장 논란을 불러온 조치 중 하나인 '전통 라틴 미사 제한'의 향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조치는 단순한 전례 방식의 문제가 아닌,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가르는 상징적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를 앞두고, 전통 회귀와 개혁 연속 사이의 치열한 갈등이 예고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내린 여러 조치들 가운데 '전통 라틴 미사(Traditional Latin Mass) 제한'이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결정 중 하나였으며, 교황 선종 이후 그 향방을 둘러싸고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13년 즉위 이후 포용과 쇄신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교황령 'Traditionis Custodes'를 통해 라틴 미사의 사용을 대폭 제한했다. 이 결정은 전통주의적 성향의 신자들과 사제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낳았고, 이후 가톨릭 내 보수-진보 간 균열을 더욱 부각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 라틴 미사가 교회 일치를 해치는 분열의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 결정의 배경을 직접 설명하며, 라틴 미사가 "현대성에 대한 반발 수단으로, 이념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Vatican II) 이후 도입된 현대 미사 양식에 대한 조직적 저항이 고전 미사에 담기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라틴어로 집전되며 제단을 향해 미사를 올리는 전통 라틴 미사는 1960년대 중반까지 가톨릭의 표준 예식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며 현지 언어 미사와 회중 참여 중심의 개혁적 예식을 도입했고, 이후 교황청은 점차 전통 미사의 사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치는 이러한 개혁 노선을 강화하는 선언이었지만, 전통주의자들 사이에서는 "가톨릭의 영적 유산을 폐기한 결정"이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오히려 전통 미사의 복원을 허용한 바 있어, 두 교황의 입장이 뚜렷하게 대조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치는 전 세계 교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부 미국과 프랑스 교구장들은 공식 반기를 들었고, 라틴 미사를 고수하는 일부 수도회와 사제단은 독자 집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이후 라틴 미사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일부 교구에 인정했지만, 기본 방침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예식이 유일한 기준"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은 가톨릭의 '개방과 쇄신'이라는 상징으로 기억되지만, 전통 라틴 미사 제한 조치는 그의 유산을 둘러싼 가장 격렬한 논쟁을 남겼다. 보수 진영은 이를 "신앙의 뿌리를 흔든 조치"로, 진보 진영은 "교회 개혁 완수를 위한 불가피한 결단"으로 평가한다.

    교황 선종 이후 이 조치가 철회될지, 아니면 더욱 강화될지는 차기 교황의 방향에 달려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으로 열리게 된 콘클라베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치를 이어받는 진보 성향의 개혁파와, 전통의 복원을 바라는 보수 진영 사이의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중 동성애자에 대한 사제 축복, 성직자 독신 의무 완화 등 파격적인 개혁을 시도했으며, 이에 대해 일부 보수 성직자들은 "이단"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공개 반발해 왔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아프리카의 로버트 사라 추기경 등이 대표적인 반(反) 프란치스코 진영으로 꼽힌다.

    그러나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5명 중 약 110명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만큼, 수적 구도는 진보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아시아·아프리카 등 비서구권 인사를 대거 등용한 '균형 인사'가 이번 교황 선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인물이라고 해서 모두 개혁 노선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며, 콘클라베는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와야 끝나는 만큼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가톨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신자 수가 많은 동시에, 재정적으로도 바티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며, 미국 내 보수 진영의 결집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콘클라베는 단순한 교황 선출을 넘어 가톨릭 교회가 전통으로 회귀할지, 개혁의 길을 이어갈지를 가르는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