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주총 “주가 하락·배당 적다” 질타팬데믹 후 연대 강화로 소액주주 목소리 커져韓 개인투자자 비중 높아 … ‘배당확대’ 1순위주가만 떨어져도 소송 … 전자주총 등 비용 막대관세 등 불확실성 큰데 … ‘핀셋 규제’도 충분
  • ▲ 지난 19일 삼성전자 '제56기 주주총회'가 진행 중인 모습.ⓒ삼성전자
    ▲ 지난 19일 삼성전자 '제56기 주주총회'가 진행 중인 모습.ⓒ삼성전자
    지난주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이하 주총) 현장에서는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한 주가에 관한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경영진과 임직원은 수 차례 사과와 송구를 입에 올리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밝혔다. 지난 26일 SK㈜ 주총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 주주는 “회사 주가가 이런데 최태원 회장께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작년보다 주가가 오른 SK하이닉스 주총에서는 배당에 관한 지적이 나왔다. 한 주주는 “(회사는)이렇게 큰돈을 벌었는데 재무 안정성을 이유로 배당을 25%만 올린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의 주총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주총장에서는 유독 주주들의 주가와 배당에 관한 주주들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주들간 연대가 강화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주총장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내고 경영진과 소통, 토론을 이어가는 주주들의 모습을 보며 본 적 없는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비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제동을 걸고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제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주주들의 활동을 나쁘게 만은 볼 수 없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국내의 경우 주주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다르면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서한,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주주관여)에 나서는 주체 대부분이 소액주주나 소액주주연대였다. 비율로 보면 응답한 상장 기업 120곳 가운데 90.9%가 소액주주로부터 주주관여를 받았다. 이들이 제안한 내용 10건 중 6건 이상(61.7%)이 배당 확대와 관련한 것이었으며 자사주 매입·소각(47.5%)이 뒤를 이었다. 임원의 선·해임, 정관 변경 등과 관련한 주주관여는 모두 20% 아래로 집계됐다. 

    적어도 이 조사에선 대부분의 소액주주들은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가 아닌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우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주 권익 제고에 방점이 찍혔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의 병행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도 주가와 배당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는 상황인데, 개정안이 공포되는 경우 주가가 떨어지거나 배당을 줄이기만 해도 각종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 또한 이사들이 주주들의 압박에 과도한 배당을 산정한다 가정해보자. 기업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는 과도한 배당을 산정해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이는 이사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전자주주총회는 어떤가. 현재 기업들이 주총을 온라인으로 생중계 하거나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있지만 전면적인 전자주주총회를 시행하는 경우는 없다. 해당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도 결국엔 기업의 몫이다. 

    무리한 요구와 비용 지출에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시설투자, 고용 등 중장기적 경영 판단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국내 산업 전반의 지경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기업의 합병·분할 시 소액주주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한 것은 맞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일반 주주들의 피해를 키운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이는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 자본시장법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2600여 법인에만 적용되는데, 상법은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100만여 법인에 모두 적용돼 비상장 기업에도 과도한 부담을 준다. 핀셋 규제를 통해 충분히 주주 보호 장치를 만들 수 있는데도 불구, 급박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 

    상법 개정안의 최종 목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상법 개정안을 공포하는 경우 이는 결국 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빈대 한 마리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나서 후회하면 그때는 이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