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탄핵 무효' 외친 60대 직장인 "보상받은 기분"찬반 갈린 시민들 목소리 … "말도 안 돼" "이제 윤 탄핵이다"헌재 "파면 정당화할 사유 없다" … 8인 재판관, 의견 갈려여야 1인 시위 맞불 … "尹 탄핵도 기각될 것" vs "더는 못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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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이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정혜영 기자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에 위치한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앞에 다다르자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기각'과 '사기탄핵 원천무효'를 외치는 시민들이 보였다. 3월24일 아침 9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1시간 전. 햇살이 내리쬐는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선고 시각이 다가옴에 따라 헌재 인근을 경비하는 기동대와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들 사이에는 울려 퍼지는 '탄핵 반대' 구호와 함께 긴장된 공기가 흘렀다.헌재 앞 인도 양옆으로는 경찰 기동대 버스가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까지 200m가량 줄지어 서 있고, 기동대원들은 도보에 바리케이드를 세워 헌재 방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했다. 통행이 통제된 시민들은 헌재 앞 안국역 일대에 삼삼오오 모여 선고 결과를 기다리며 "탄핵 반대"를 외쳤다. -
- ▲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이 선고된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보상받은 기분" 선고 결과에 안국역 '환호' … "검찰 자료도 안 내고 하루 만에 끝" 반발도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22분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8명의 헌법재판관들은 각각 기각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각하 2명(정형식·조한창), 인용 1명(정계선)으로 의견이 갈렸지만 탄핵안이 인용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인 6명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각됐다.헌재는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면서도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안국역 일대에 모인 시민들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일부 시민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부둥켜안는 등 기뻐하는 모습도 보였다.안국역 2번 출구 맞은편 카페 앞에 작은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던 60대 직장인 박모씨는 "보상받은 기분이다. 이번 한덕수 권한대행 기각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기쁨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탄핵 기각을 반기는 시민들 중에는 직장인들이 많다"면서도 "결과에 대한 걱정도 많이 했고 지쳐가는데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 기각되자마자 '만세' 소리가 저절로 났다"고 했다.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 도보 위에서 '탄핵 각하' 팻말을 흔들던 여성 최모씨는 "모든 게 다 민주당의 불법 탄핵이었다"면서 "한덕수 총리 탄핵 기각 결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계엄은 통치권자의 권한"이라면서 "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금 이 대한민국 공산화를 막기 위해선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홍콩도 중국에 넘어간 뒤 공산화가 됐다. 국민이 많이 깨달아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탄핵 기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송현공원 앞 집회에 참여한 70대 이모씨는 "기각이 말이 되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자료도 안 내고, 헌재가 하루 만에 심리하고 끝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그래도 한덕수가 최상목보다는 낫다"고 말하면서도 "윤석열의 탄핵이야말로 진짜 목표"라고 덧붙였다.거리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던 홍모씨는 "한덕수 기각은 윤 대통령 탄핵과는 별개"라며 "우린 더 힘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기각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 1인시위가 각각 진행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여야 '헌재 앞 전선' … 이어지는 1인 시위정치권 반응도 분명하게 갈렸다. 탄핵소추가 기각된 가운데 헌재 앞에는 여전히 여야의 1인 시위가 각각 이어지고 있다.헌재 앞 천막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입법독재와 국정 마비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원인이라는 점이 또다시 증명됐다"며, "이번 기각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도 같은 결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줄탄핵' 시도에 대한 경계와 반감을 표했다.국민의힘 이성심 관악구을 당협위원장은 "이번 기각 판결이 윤 대통령 직무복귀에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며 "자유민주주의체제 근간을 흔드는 입법부에 대한 어떤 방법을 보완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입법부가 행정부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쥐락펴락하려 했다"며 "입법부를 견제할 기능이 없어서 이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야 3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으로 구성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단' 의원 10명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선고기일 지정을 촉구했다.소추단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조속히 내려주길 바란다"며 "선고기일 지정이 지연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은 매일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이어 "국정 최고책임자의 부재로 인해 주요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그로 인해 대내외적으로 신뢰 확보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헌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통해 국정의 정상화를 하루빨리 회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헌재의 결정에 따라 한 총리는 곧바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기존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87일 만이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다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로 돌아갔다.반면 경찰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헌재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회의원이나 1인 시위자도 예외 없이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정례 간담회에서 "어느 시점에는 헌재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며 "어떤 분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할 사안이며 국회의원들과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