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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 대응을 위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전략이 재건축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원가율 압박에 대부분 건설사가 실적 및 재정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만큼 선별수주와 그에 따른 도시정비부문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일선 건설사들은 정부가 내놓은 '건설공사비 안정화 대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보다 현실적인 정책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주요 건설사 대표들은 신년사에서 이구동성으로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건설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원가율에 영향을 주는 환율이 탄핵정국으로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원가율이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인건비와 시멘트비용 등 건설원자재 가격을 합산한 수치다. 통상 건설업계에선 80%를 사업추진이 가능한 적정원가율로 평가한다.
하지만 원가율 부담은 건설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매출원가율 평균은 92.6%에 달했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엔지니어링 95.88% △현대건설 95.78% △SK에코플랜트 93.60% △대우건설 93.36% △포스코이앤씨 92.72% △롯데건설 92.49% △GS건설 91.75% △HDC현대산업개발 91.03% 등이 원가율 90%을 넘겼고 DL이앤씨만 89.06%로 80%대를 기록했다.
원가 상승은 수익성 하락으로 직결된다.
예컨대 원가율이 95%인 A건설사는 매출 1억원에서 원자재가격 9500만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500만원으로 운용비용, 영업인력, 각종 세금, 판매관리비 등을 지출한 뒤 남은 금액을 이익으로 가져간다. 결국 원가율이 높으면 사실상 남는게 없는 사업을 하는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원가율 상승과 관련된 대내외 조건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우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5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미국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보다 작은 수준으로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하도 미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같은 이유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건설공사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이자도 늘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가율 상승이 예고되면서 정비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가율 부담에 건설사들이 선별수주에 나서면 정비사업에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시공사 선정에 나선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31곳중 29곳이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현행법상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은 2회까지 경쟁입찰이 이뤄져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입찰이 2회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지로는 △서초구 신반포16차(대우건설) △송파구 잠실우성4차(DL이앤씨) △송파구 송파삼환가락(GS건설) 등이 있다.
지금의 건설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보다 직접적·현실적인 공사비 대책이 절실하다.
앞서 정부가 내놓은 공사비 대책은 중국산 등 해외시멘트 수입 지원, 골재 채취원 확대 등 자재값에만 집중된 측면이 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 주원인으로 꼽는 인건비 완화, 외국인력 확대 등에 대한 추가논의도 필요하다.
발주처와 시공사간 공사비 관련 분쟁 발생시 이를 직접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전문기구도 구축해야 한다.
업계 곳곳에서 줄도산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사비 대책 관건은 시의성이다. 당장 건설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사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건설사들이 올해는 물론 내년, 내후년에도 가혹한 한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