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306대 반대 81…'압도적' 통과"미국인 유전자정보 보호" BGI 등 '안보 위협' 규정지목된 기업들 "국가 안보 위협하지 않아…강력하게 반대"반도체, 친환경 기술 이어 미래 먹거리 향한 패권 다툼 지속
  • ▲ 미국 중국 국기. 230705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중국 국기. 230705 AP/뉴시스. ⓒ뉴시스
    미국이 미래 산업을 둘러싼 중국과의 주도권 경쟁 속에 바이오 기술까지 옥죄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 의회가 지목한 중국 바이오기업들은 즉각 반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 하원은 9일(현지시각) 중국의 간판 바이오기업들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 제재하는 바이오 보안 법안(Biosecure Act)을 가결했다. 찬성 306대 반대 81로 통과된 이 법안은 연방 상원을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올해 초 발의된 이 법안은 중국의 대표 바이오기업들을 미국의 안보에 우려되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이들 기업과 미국 연방기관이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제재 목록에는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업체인 BGI그룹 △바이오의약품 CRO(임상수탁)·CDMO(위탁개발생산)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 △임상시험수탁기관인 우시앱텍 △BGI의 자회사인 MGI와 컴플리트지노믹스 등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해당 제재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연방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한다. 실제 발효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제약산업에 작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세계 의약품 공급망의 상당 부분에 중국 바이오기업이 생산한 활성성분이 포함됐다"면서 이 법안이 제약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제약분야 전문 변호사 다리아 루카스는 미국 법률정보 사이트 JD수프라(JDSUPRA) 기고문을 통해 적지 않은 혼란을 경고했다.

    대체 업체를 찾을 자금력과 지렛대를 보유한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이 받는 충격이 다를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이 법으로 인한 잠재적인 혼란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 '2024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에 마련된 한 부스에서 관계자가 의약품 1차 포장재를 소개하고 있다. 240710 ⓒ뉴시스
    ▲ '2024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에 마련된 한 부스에서 관계자가 의약품 1차 포장재를 소개하고 있다. 240710 ⓒ뉴시스
    ◇대중국 강경파 "미국인의 의료 데이터를 위협"
    이 법안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미국 내 대중국 강경파와 중국 제약업계는 심한 견해차를 보였다.

    법안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이들 기업이 미국인들의 민감한 바이오·유전자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안의 주요 지지자인 공화당 브랜드 웬스트럽 하원의원(오하이오)은 규제 대상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포함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 기업이 바이오기술산업을 지배하려 하며 수백만 미국인의 데이터가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7월 연설에서 "중국 생명공학기업과의 비즈니스 관계는 연방 계약업체를 미국의 적에게 종속시키고 미국인의 의료 데이터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법안을 지지한 바 있다.

    실제 이번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국의 제약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임스 코머 하원의원(공화, 켄터키)은 이날 법안 지지 연설에서 "미국 납세자의 세금이 중국 등 다른 외국의 적이 소유하거나 운영·통제하는 바이오 회사들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한다"면서 해당 법안의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재 대상 기업들 "공정 경쟁 저해" 반발…미·중 갈등 불쏘시개 가능성
    규제 대상에 포함된 기업 측은 해당 법안이 거짓 주장에 근거해 만들어졌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BGI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입법 과정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면서 자신들의 회사는 "국가 안보에 위협을 끼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기관)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유전체 관련 사업도 없고, 전세계에서 진행하는 비즈니스가 인간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다"며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사를 지목한 데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시앱텍 역시 "선제적이고 부당하고 우리 회사를 (제재 대상에) 지정했다"면서 실망감을 표했고, 컴플리트지노믹스는 "사실이 아닌 지정학 때문에 법안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도체, 통신, 친환경 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둘러싸고 점점 치열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주목하는 시각도 많다.

    미국은 자국이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개척한 분야에서 경쟁국에 뒤지는 상황에 위기를 느끼고 중국에 대한 규제를 중심으로 법제를 개편하고 있다.

    때문에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미·중갈등의 또 다른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터무니없는 바이오 보안 법안은 취약한 세계 경제와 글로벌 생명공학산업 공급망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가 의도한 대로 미국 기업을 보호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전문가 주장도 소개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미국 상원도 이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만큼 연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이 법안이 상원 심사를 통과해 법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70%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