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최근 6년간 임직원 징계 171건 달해이중 116명에게 총 19억 원 '황당 성과급' 잔치한수원 "관련 규정 개정, 2021년부터 지급 사례 없어"
  • ▲ 한울원자력본부 전경. ⓒ한울본부
    ▲ 한울원자력본부 전경. ⓒ한울본부
    한국수력원자원(한수원)이 최근 6년간 임직원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린 건수가 17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징계 사유는 음주단속 중인 경찰관 폭행을 비롯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비위행위에도 '성과급 잔치'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중징계 직원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말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가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한수원 임직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71건('경고' 제외)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성 관련 비위 사건 징계만 수십 건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동료 직원에 대한 성희롱과 2차 가해,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을 이유로 해임·정직과 같은 중징계를 받은 사례가 2019년에만 10건에 달했다. 

    이후에도 성 비위로 인한 징계는 끊이지 않았다. 기간제 직원 A 씨는 동료 여직원에게 신체 접촉을 한 뒤 "다리 좀 오므려라", "여자가 다리를 쫙 하고 있길래 좀 보기 그렇다" 등의 발언으로 성적 굴욕감을 준 사실이 인정돼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식당 직원을 강제 추행하거나, 온라인 대화방을 통한 성희롱, 협력업체 직원을 수년간 불법 스토킹, 계속된 만남 요구 등 성 비위 행태는 가지각색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징계도 허다했다. 동료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거나,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다른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특정 부하 직원을 과도하게 질책하거나 남은 음식을 먹도록 강요하는 등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도 적발됐다.

    음주운전 등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8건에 달했다.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징계를 받은 임직원도 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한 명은 음주단속에 나선 경찰관을 '폭행'하고 운전경력증명서를 위조해 중징계(해임) 처분을 받았다.

    또 겸직 허가 준수 의무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 의무를 위반한 채 '태양광발전 사업'을 영위한 사실이 적발돼 정직 처분이 내려진 사례도 있었다. 

    근무 태만 사례는 비일비재했고, 부서 예산을 개인 식료품 구매 등 사적 용도로 86만 원가량을 사용하거나, 회사 예산으로 구매한 물품을 '중고 물품으로 판매'하는 등의 횡령 사례도 있었다.

    이 외에도 한수원 기술자료 무단 반출, 상습 주취 폭력, 법인카드 부적절 사용, 자녀 채용을 위한 영향력 행사, 직무 관련자와 부적절한 골프 모임, 안전관리 의무 소홀 등의 징계 사유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사유로 징계받은 임직원에게 '성과급'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해당 기간 총 19억1780만 원의 국민 혈세가 비위 행위를 한 116명의 직원에게 돌아갔다.

    중대 비위로 징계를 받았음에도 성과급을 지급한 황당한 성과급 잔치는 2020년 32건으로 가장 많았다. 금액만 5억9272만 원에 달했다. 다음으로 2019년이 25건(4억1882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2020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의 방만한 보수제도를 지적하며 중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말라는 권고가 내려진 바 있다. 그 이듬해부터는 성과급 지급 사례가 줄었지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챙겨가는 것은 여전했다.

    직장에서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은 직원에게도 징계처분을 받은 해에만 2687만 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공사업체 사업장에 금품을 수수해 해임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도 777만 원의 성과급과 1억4334만 원의 퇴직금이 지급됐다.

    이처럼 권익위의 권고에도 부적절한 성과급이 지급되자 성과급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어기면 확실한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충권 의원은 "직무 외 영리 목적으로 태양광발전 사업을 영위하고, 회사 물품을 중고로 팔고, 성 비위 행위까지 한수원 직원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 원전 추가 건설을 앞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국민 신뢰가 중요한 만큼, 한수원의 기강해이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수원은 "중대 비위행위자의 성과급 지급 제한에 대한 권익위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며 "이에 따라 2021년 이후 성과급 지급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