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난해부터 총선 승리 자신하며 오만한 태도막말 후보·사회주의·종북 논란 외면하고 마이웨이野 강경파 22대 국회 득세 전망 … 정치 실종 우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5일 오전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5일 오전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과반 의석수 확보를 자신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총선이 끝난 이후 야권 내 강경파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대여 투쟁 일변도의 강경파 인사들이 정국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사실상 타협과 상생의 정치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을 지키는 강경파들이 뱃지를 많이 달 것이다. 김남국과 최강욱 같은 강경파 인사가 150명 있다고 생각해보라"면서 "중재자는 없고 공격수만 남겨 놨으니 비상식적인 공격만 계속될 것이며 정치가 실종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이번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학살로 평가될 만큼 논란이 컸다. 공천 이전에 다수 비명(비이재명) 의원들이 이 대표를 비판하며 탈당했다. 남아 있던 비명은 친명·찐명과의 경선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비명 의원들은 현역 평가에서 대거 하위 10∼20% 안에 들어 패널티를 받았고 사실상 전멸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와 관련한 재판을 맡은 대장동 변호사 5인방 등 이른바 '찐명'들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그를 '결사옹위'할 국회의원 숫자가 세 자릿수를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조국혁신당도 강경파 인사가 대부분이다. 10석 이상을 바라보는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검찰개혁 등을 주장하던 인사들로 후보들을 채웠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기반에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야권은 지난해부터 범야권 200석 확보까지 거론하면서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단독 절반을 넘기느냐 아니면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흐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이 자체 분석한 판세를 토대로 과반을 자신하고 있으며 조국혁신당도 비례 의석으로만 15석을 노리고 있다.
  • ▲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 ⓒ서성진 기자
    ▲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 ⓒ서성진 기자
    브레이크 없는 자신감은 논란의 후보들을 천거하고 방관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민주당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와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가 대표적이다. 

    양 후보는 불법 대출 의혹에 휩싸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대생인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에서 11억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각종 편법이 난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재산 축소 신고 논란까지 번지면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양 후보를 안산 상록경찰서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다. 양 후보는 당선이 되더라도 재판을 받으며 의원직 상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김 후보는 과거 발언들이 조명되면서 논란이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위안부와 성관계를 가졌다거나 이화여대 학생들이 미군에 성상납을 했다는 발언이 알려졌다. 한국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를 폄훼하면서 국군 비하 논란도 일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판세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큰 흐름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두 후보는 본투표 당일까지 버티기에 성공했다. 

    조국혁신당은 남편의 '거액 수임' 논란이 불거진 박은정 후보(비례 1번), 자녀의 국적 논란을 일으킨 김준형 후보(비례 6번) 등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양 후보와 김 후보는 국회 입성을 벼르고 있다. 자신에게 향했던 비판에 대해 각각 "언론개혁을 하겠다", "역사 전쟁을 치를 것"이라며 국회 입성 후 행보를 예고했다. 또 조국혁신당 박 후보는 검찰 개혁을, 김 후보는 대여 강경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야권 정당들의 자신감은 이념 지향성에서도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진보당과 지역구에서 단일화,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도 3석을 양보했다. 진보당은 종북 논란으로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진보당은 울산 북구, 부산 연제구에서도 민주당 후보 대신 단일 후보를 배출했다. 최대 5석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태다. 민주당이 종북 정당의 국회 진출 '숙주'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계속됐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은 사회주의적 정책을 공약하고 나섰다.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자제 시키고 중소기업의 임금을 높이겠다는 '사회연대임금제'를 제안했다. 이들은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 출범을 거론하는데 대표 문구가 '사회권 선진국'이다. 여당은 "조국식 사회주의를 위해 대놓고 헌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야권의 행태가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권은 한결같이 200석을 거론하면서 공천 과정에서도, 선거 기간에도 자신감 차원이 아닌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오만한 모습들이 자정 작용을 떨어뜨리고 헌법 이념 밖에 있는 정당들까지 국회에 입성 시켜주는 기본 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치평론가도 "과거를 되짚어보면 정치권의 오만함은 결국 국민의 준엄한 심판대에 올라 민심의 회초리를 맞아 왔다"며 "현재 야권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닌 듯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