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설 연휴 민심 보고받고 순연 결정"국가 간 약속, 가자" → "갈 상황 아냐" 막판 판단독일·덴마크에 13일 밤 통보… 14일 언론 공지김건희 여사 동행 여부엔 "고려 요인 아니었다"
  • ▲ 해외 순방길에 오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제공
    ▲ 해외 순방길에 오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주로 예정됐던 독일‧덴마크 순방과 관련, 당초 "국가 간 약속"을 강조하며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지난 주말 설 연휴 민심을 보고받은 뒤 최종 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은 독일‧덴마크 순방 계획이 잡힌 직후부터 예정대로 순방을 진행할지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짜는 국가안보실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에서는 "국가 간 약속이고 더군다나 국빈방문 요청인데 상대국 입장을 고려해서 연기하는 것보다는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반면, 시민사회수석실과 정무수석실 등 국내 파트에서는 "민생도 경제도 어려운 상황인데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께서 이런 의견을 보고받은 뒤 처음에는 '국가 간 약속이니 한번 가자'고 말씀하셔서 그냥 쭉 추진해왔던 것"이라며 "그런데 막판에 보니 '갈 상황이 아니다'라고 판단하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이던 지난 주말 순방 순연을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참모진으로부터 설 연휴 간 민심을 보고받은 대통령은 '결국은 민생'이라며 '앞으로 민생 중심의 국정 운영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 것도 순방 순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 시작 이틀 전인 지난 7일 KBS와 대담을 통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한 견해를 처음으로 밝혔는데, 설 연휴 동안 있을 수 있는 부정적 여론 동향을 보고받고 순방 순연을 결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동행했다 귀국한 뒤 두 달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가 국빈방문 등을 통해 언론에 계속 노출될 경우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대통령실에서 정무적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상대국인 독일과 덴마크에 순방 순연 사실을 공식 통보한 것은 지난 13일 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하루 만인 14일 오후 순방 순연 사실을 대통령실이 언론에 알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출국해 24일 귀국하는 5박7일 일정의 독일(국빈방문)·덴마크(공식 방문) 순방을 계획했었다.

    윤 대통령의 순방 순연 결정에는 민생, 경제, 국내 정치, 안보 등 여러 현안에 따른 '정무적 판단'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의 파업이라는 것이 지금 눈앞에 닥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당 공천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4월 총선)를 앞둔 중요한 상황에서 국정을 직접 챙겨 당·정 간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동행 문제와 관련, 이 관계자는 "그것은 처음부터 중요한 고려 요인은 아니었다"며 "논의가 전혀 안 됐다"고 일축했다.

    4월 총선 이후 순방을 재추진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대국 정상의 일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 다시 일정 조율을 하며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