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태 부장판사 "법관이 세상 향해 마이크 잡아선 안 되지만... 물리적으로도 총선 전 판결은 힘든 상황이었다" 억울함 호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다 최근 사표를 제출한 서울중앙지법 강규태(사법연수원 30기)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물리적으로도 총선 전에 판결이 선고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강 부장판사는 19일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을 열고 "제 문제가 언론에 보도돼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강 부장판사는 "이 법정 마이크는 소송 지휘를 위한 것이다. 법관이 세상을 향해 마이크를 잡아서는 안 되지만 저의 사직이 1개월가량 남은 시점에 적어도 이 법정에 계신 분들께 객관적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잠시 법정 마이크를 빌릴까 한다"고 동의를 구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어 "지난해 2월 말 수사기록 열람 등사 절차가 끝난 뒤 입증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양측이 신청한 51명의 증인을 채택했다"며 "이후 법관 정기인사 등 일정을 고려해 3월부터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피고인의 국회 일정, 단식 장기화로 기일 변경한 것 외에는 절차를 지켜 계속 증인신문을 진행했다"고 회고했다.

    "그 결과 증인 철회된 증인 2명을 제외한 49명 중 3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쳤고 16명이 남았다"고 밝힌 강 부장판사는 "대략 증인신문을 3분의 2 마쳤고, 현재 3분의 1이 남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강 부장판사는 "부동의된 서증에 대한 증거조사, 구형과 최후변론 절차, 판결문 작성 등 소요될 시간까지 고려하면 선고 가능한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 부장판사는 "저희 재판부 주요 전담 사건은 경제사건이다. 대형 경제사건이 8건 이상 진행되고 있다. 그 중 4건은 구속 사건"이라며 "매주 (이 재판을) 진행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또 오는 2월에 있을 법관 정기인사가 있는데, 제가 스스로 사직하지 않더라도 저는 2년간의 형사합의부 재판장의 업무를 마치고 원칙에 따라 담당 업무가 변경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물리적으로도 총선 전에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인정한 강 부장판사는 "저의 사직도 공개된 마당에 오늘과 2월2일에 있을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깊이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 대표 측은 "오늘 재판은 증인들이 이미 소환된 상태"라며 "이들을 갑자기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저희도 오늘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2월2일 재판의 경우 현재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오는 2월2일 재판도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을 경청한 재판부는 "일단 오늘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다시 의견을 묻겠다. 오늘 재판은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결정을 미뤘다.

    이날 재판에서는 성남시 도시주택과장을 지낸 황모 씨 등 3명을 대상으로 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