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최후 보루’로 전락한 김명수 사법부
  • ▲ 김명수 전 대법원장. ⓒ뉴데일리
    ▲ 김명수 전 대법원장. ⓒ뉴데일리
    사법농단 프레임 씌워 ‘법원 길들인’ 문재인 정권

    문재인 정권 5년은 ‘훼손된 법치주의(法治主義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구가(謳歌)하는 국가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했던 ‘법치 실종 시대’였기 때문이다.

    문 정권은 출범 이후 줄곧 ‘개혁(改革)’을 외쳤다. 그런데 그토록 강조하던 개혁에는 국가와 국민이 없었다. 오로지 정권 연장과 권력 강화만 있었을 뿐이다. 이런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다. 학정(虐政)의 표징(標徵)이다. 필경 국가와 국민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온다.

    문 정권이 추진한 개혁 중, 해악이 가장 심각한 것은 ‘사법개혁’이었다. 문 정권은 ‘사법농단으로 실추된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통한 법치주의 회복’을 개혁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문 정권의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사법농단 프레임을 씌워 정권의 말을 잘 듣도록 사법부를 순치(馴致)하려 한 것이다.

    문 정권은 함량미달인 인물을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해 좌지우지함으로써 사법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했다. 그리고 사법부를 확실히 예속(隸屬)시키기 위해 같은 이념과 성향을 지닌 법관들을 승진시키고 요직에 등용했다. 눈 밖에 난 판사를 시범케이스로 선정해 탄핵하는 초유(初有)의 일까지 벌였다. 그렇게 문 정권은 사법부를 장악했다.  

    문 정권 임기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상식과 공정’은 사라졌다. 문 정권의 ‘의도와 필요’,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극렬지지자들의 ‘함성’이 전범(典範)이 되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법이 아닌 정권의 뜻에 따라 사법 정의(正義)가 결정되는 ‘신(新)독재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한 대법원장

    삼권분립에 의한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독립은 입헌민주주의 법치국가의 초석이며 시민적 법치국가의 중요한 조직적 징표(徵表)다. 독재와 국가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堡壘)다. 억울한 사연을 품은 국민들이 정의 실현을 바라며 호소하는 곳이 바로 법원이다. 법관들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직업적 양심을 가지고 독립해서 판결을 내릴 때 진정한 법치주의(rule of law)가 실현될 수 있다.

    문재인 정권 내내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가 아닌 ‘정권의 최후 보루’였다. 이처럼 사법부가 불신이 대상이 된 것은 ‘정권의 시녀’가 되기를 자처했던 법관들의 책임도 크다. 그들 중, 단연 으뜸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문 정권과 야합(野合)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망가뜨렸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문 대통령의 지명으로 일약(一躍) 사법부 수장(首長)으로 등극한 그는 ‘문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자리를 보전했다. ‘코드 인사’를 통해 법원을 좌편향·정치화시켰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과 행정으로 ‘사법 보은(報恩)’을 했다.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가차없이 좌천시켰다. 지금껏 이런 ‘매법노(賣法奴)’는 없었다.

    김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비롯해 법원 내 특정 단체에서 활동 중인 판사들을 승진시키고 요직에 앉히는 ‘코드 인사’를 임기 동안 반복했다. 그도 모자라 민노총에서 활동하면서 경찰에게 상해를 입힌 전과(前科)가 있는 김태욱 변호사를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채용했다.

    사법부 역사상 처음으로 일선 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정도로 그의 인사권 전횡은 심각했다. 2022년 4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한 105명의 법관들은 그동안 반복된 김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법관대표들은 인사 기준을 어긴 사례로 ‘일부 법원장의 이례적인 3년 재임’, ‘특정 연구회 출신의 서울중앙지법 발령’ 등을 거론했다.

    사법정의 추락시킨 김명수 사법부

    김 대법원장의 인사권 전횡은 문재인 정권의 불법 사건과 관련된 재판을 ‘봐주기’ 위한 것과 무관치 않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조국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담당한 윤종섭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 근무’ 관행을 깨고 각각 4년, 6년간 근무했다.

    청와대가 개입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의 주심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는 15개월 동안 6차례의 준비기일만 가졌을 뿐 단 한 차례의 공판도 열지 않았다.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김 판사는 휴직을 신청했고, 김 대법원장은 이를 허락했다. 이 사건은 2020년 1월 공소가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1심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을 봐주기 위한 대표적인 ‘재판 뭉개기’ 사례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김명수 대법원은 침묵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두 달 전인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할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그동안 사법부는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여건 마련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며 야지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김명수 사법부 6년은 사법정의를 추락시킨 시기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임기동안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등 지탄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당사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Are all equal before the law)’는 원칙도 문 정권 앞에서는 공염불이었다.
     
    법원 신뢰 무너뜨린 김명수 도덕성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2017년 8월 22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 받고 나서 근무지인 춘천에서 수행원도 없이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대법원에 도착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나 홀로 상경은 ‘쇼’였고, 임기 동안 보여준 모습은 ‘위선과 비열함’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임명 동의안 국회 인준 표결을 앞두고 판사들에게 출신 지역과 대학별로 야당 의원들을 할당해 ‘찬성 로비’를 하게 했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후에는 관련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복구가 불가능한 디가우징(degaussing) 기술을 사용해 폐기했다. 대법원장 취임 직후에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에 발맞춰 사법농단, 재판 거래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3차에 걸친 자체조사 결과,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으나, 이를 무시하고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사표 수리과정에서 드러난 ‘정권 눈치 보기’와 ‘국회 질의에 대한 거짓 답변’으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 훼손에 정점을 찍었다. 거대 여당이 ‘사법부 길들이기’ 일환으로 추진한 무죄 판결을 받은 후배 판사의 탄핵소추에 동조했고, 국민들에게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법원 안팎에서 탄핵감이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그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수술을 앞두고 사표를 수리해 달라는 임 판사의 요청에 “국회서 저래 탄핵하자고 설치는데 사표 수리하면 (내가) 비난 받잖아”라고 거절했다. 김명수 개인의 품성과 김명수 사법부의 위상까지 여지없이 드러낸 참으로 군색한 변명이었다.

    김 대법원장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도 수차례 제기됐다. 혈세 수억 원을 들여 공관을 새로 단장하고, 강남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아들 부부를 관사에 불러들여 같이 살았다. 대기업 변호사인 며느리는 공관이 제 집 인양 자기 회사 직원들과 파티까지 벌였다.

    6년 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법원 청사에 들어섰던 그는, 퇴임할 때는 직원이 차문을 열어준 안락한 관용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등장할 때와는 너무나 달랐던 그의 퇴장은 국민들의 한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법 정치화’는 문 정권의 최대 범죄

    문 정권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기능을 망가뜨려 놓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사법부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고장 난 사법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데는 상당히 오랜 세월이 소요된다. 문 정권이 심판받은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비상식적인 판결과 재판지연 행태가 횡행(橫行)하는 것에서 망가진 사법 시스템의 정상화가 얼마나 지난(持難)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사법의 정치화’를 문재인 정권의 최대 범죄로 꼽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법관들은 문재인 정권에 의해 순치된 머슴의 타성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진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출발점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의 궁극적 주체인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과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의 규정을 올곧이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피고인들을 재판하는 기록이, 나중에는 역사가 우리를 판단하는 기록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We must never forget that the records on which we judge these defendants is the record on which history will judge us tomorrow).”

    전범재판의 효시가 된 뉘른베르크 재판(1945.11.20. ~ 1946.10.1) 당시, 미국의 수석검찰관을 맡은 로버트 잭슨(Robert. H. Jackson, 1892~1954) 연방대법원 판사가 모두진술에서 한 말이다. 법관들이 다시 한 번 깊이 새겨야 할 잠언(箴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