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행정망 먹통사태는 인재(人災)후진적 '국가전산망관리 패러다임' 바꿔야
  •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행정전산망이 마비된 지난 17일 오전 광주 동구 한 행정복지센터 안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행정전산망이 마비된 지난 17일 오전 광주 동구 한 행정복지센터 안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최근 잇따른 정부의 행정전산망 마비사태는 국민적 불편 초래와 공분을 자아내는 것을 넘어 대외적으로 전자정부 선도국의 체면까지 구긴 악재다. 오늘날 인터넷 서비스기반 재난의 심각성과 취약성은 2018년 아현동 KT공동구 화재와 2022년 판교 다음카카오 화재가 이미 경종을 울렸고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4차 산업혁명 기술기반의 산업·서비스 일상화는 IT·디지털재난 발생 가능성을 높여 주었고, 부지불식간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진작부터 작동되어 왔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행정망 먹통사태는 관련부처와 주요 행위자들이 변화된 재난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경로 의존적 업무행태로 일관하다 빚은 인재(人災)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고원인을 놓고도 다수 전문가는 국가전산망 시스템 노후화, 대기업의 공공 IT사업 참여제한 후과와 영역별 행정망 분산구축·운영관리 등을 제시한 반면 통신장비 접속불량이라는 정부의 진단을 국민들이 어떻게 수긍할 지는 미지수다.

    국가행정전산망은 국가안보, 산업경제,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시설(facility)이자 체계(system)로 반드시 보호돼야 할 국가핵심기반 중 하나다. 국가핵심기반은 정치·경제·군사·사회 분야가 연계되어 작용하기 때문에 평시 재난시 국민보호와 전시 전쟁 지속성 유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문제는 사실상(De facto) 국가핵심기반인 민간부문의 IT·디지털기반 반도체, 밧데리, 5G, 인터넷기반 플래폼 서비스 분야가 정부보호대책에 제외되어 취약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 등 외부세력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도록 법·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정부·공공·민간부문이 연계된 적 사이버도발 합동대응기구인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을 출범시킨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변화된 안보·재난 환경에 부응한 위협요인 식별과 위기유형 설정, 대응체제구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향후 정부의 IT·디지털재난사태대응관련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후진적 국가전산망관리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현 기관별·서비스망별 분산된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각종 노후장비 교체·최신화, 국가행정망관리의 민간기업 위탁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추가예산도 배정해야 한다. 이참에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의 정부조직화 또는 미국의 사이버안보·인프라청(CISA)같은  사이버안보 컨트롤 타워조직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작은 정부에 발목 잡혀 주저할 일이 아니다.
  • 정찬권 숭실대 겸임교수 / 서울안보포럼 신안보센터장
    ▲ 정찬권 숭실대 겸임교수 / 서울안보포럼 신안보센터장
    둘째, 재난대응 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다.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은 이해상관자들에게 재난정보를 전달하고 그들과 직간접적 소통을 통해 피해 확산방지와 국민불안 해소를 촉진하는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재난발생 및 대응복구 간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은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국정수행의 기본자세다. 야당의 정쟁야기를 우려해 대국민 사과를 주저하거나 뭉개는 것은  민심이반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다. 

    셋째, 실질적 직무 대행체제 확립과 이행이다. 대통령과 행안부장관이 해외출장 중에 재난발생으로 직무대행은 국무총리와 행안부차관이 수행하였다. 국무총리는 대응조치를 위한 대책회의를 주재한 반면 행안부 차관은 대행자로서 역할행보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언론접촉도 사실상 실무자선에 그쳤다. 직무대행자의 권한 행사가 결코 결례이거나 상관 무시가 아니다. 긴급현안을 미루고 관망하다 실기(失期)하는 게 직무유기이고 기관(장)을 욕 먹이는 일이다. 

    끝으로, 대책 없는 대책회의를 지양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정부의 대책회의는 각종 증빙서류 발급불가로 전전긍긍하는 이해당사자들의 가려운 곳을 콕 찍어 긁어 주지 못했다. 시한부 처리가 요구되는 부동산 매매·임대차 계약, 대출금 상환 등을 천재지변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유예한다는 방침으로 정한 사항을 발표했어야 했다. 정부의 대책 있는 대책회의 없이 국민의 신뢰와지지, 여민동락은 한낱 모래밭에 글쓰기일 뿐이다.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는 권력자가 되면 위험감지 능력이 떨어지며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했다. 공직자들이 새겨듣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안전이 국가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IT·디지털 재난은 핵무기에 버금가는 재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