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찾은 尹,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찾아 1시간 환담朴, 현관 계단까지 내려와 尹 맞아…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다"尹 "지난번보다 얼굴 좋아진 것 같아 다행… 건강 잘 챙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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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시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날 윤 대통령은 7개월 만에 대구를 찾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와 칠성종합시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윤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사저 방문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 우파 진영 결집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 이후 12일 만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에도 박 전 대통령의 대구 사저를 찾아 약 50분간 대화했다.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에는 박 전 대통령이 집 안에서 맞았지만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맞았다.박 전 대통령은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들어가시죠"라며 윤 대통령을 사저 안으로 안내했다.또 윤 대통령이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다.사저 현관 진열대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정상외교를 했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한 가운데 지난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 후 두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오솔길에서 내려오는 사진이 놓여 있었다.박 전 대통령은 해당 사진을 가리키며 "대통령께서 좋은 사진 보내주셔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고 설명했다.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거실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환담했다.박 전 대통령은 차와 과일을 냈는데, 윤 대통령이 차 중에서도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홍차와 우유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홍차의 농도도 윤 대통령의 선호를 미리 파악해 맞췄다. 과일은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감과 배를 준비했다.두 전·현직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날씨, 사저의 정원, 달성군 비슬산 등 가벼운 주제부터 시작해 대화를 나눴다.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사저의 뒷산이 비슬산이 맞느냐"고 물으면서 "대구 근무 시절 의대 교수가 TV 방송에 나와 비슬산 자연이 질병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비슬산에서 새들이 날아와 정원에서 놀다 가고는 한다"고 답했다.대화 도중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어떻게 강아지를 6마리나 입양했느냐"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위탁돌봄을 했는데, 정이 들어 입양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면서 "산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는데, 등사된 자료가 잘 보존되어 있어 박정희 대통령 사인까지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윤 대통령이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느냐.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까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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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상외교활동과 관련해서도 대화를 나눴다.박 전 대통령은 수소차에 관심을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최근 관련 산업 동향을 설명했다.대화를 마무리하며 박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 잘하시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뵀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했다.환담을 마친 후,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정원을 함께 산책했다.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사저 정원에는 이팝나무·백일홍 등 여러 가지 나무와 꽃이 많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나무와 꽃 하나하나를 윤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며 "설명을 들은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젊은 시절부터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예전에 청와대 있을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했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사저를 나설 때 박 전 대통령이 차를 타는 곳까지 배웅하려고 했으나, 윤 대통령이 간곡히 사양하며 대문 계단에서 들어가시라고 해 박 전 대통령 대신 유영하 변호사가 차까지 윤 대통령을 배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