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사옥 건립' 추진하다 설계용역비 56억 날려당시 이사회, 심의·의결 절차 생략… 신축 사업 종료부동산 매각대금도 이사회 심의·의결 없이 용도변경
  • '다수파(현 야권 추천)'에 속하는 KBS 현직 이사 6명(구속기소된 윤석년 이사 제외)을 방송법 위반 혐의(경영평가 내용 조작)로 검찰에 고발한 언론시민사회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상임운영위원장 최철호)'가 이들을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해 주목된다.

    지난 21일 공언련은 "2017년 당시 고대영 KBS 사장이 미래방송센터 건립 사업(연구동 신축 사업)을 위해 설계용역비로 56억원을 지불하고 건축비로 1000억원 이상을 적립해놓았으나, 후임 사장이 이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당연히 거쳐야 할 이사회 심의·의결 절차를 생략했다"며 "이로 인해 거액의 설계비가 허공으로 날아간 만큼 당시 이 사안을 심의·의결하지 않은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방송센터 건립 사업은 연면적 66.115㎡에 달하는 KBS 연구동 부지에 지상 9층, 지하 3층 건물을 건립한다는 계획으로, 고대영 사장 시절부터 추진돼 오다 2021년 11월 19일 폐지됐다.

    당초 2018년 착공해 2020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였던 이 사업은 KBS의 유휴부동산과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정부의 KBS 미납자본금을 확충해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2016년 10월 이사회에서 이 같은 건립안을 의결한 KBS는 설계용역비로 77억원을 마련해 이 중 56억3000만원을 집행했다.

    2018년 4월 취임한 양승동 사장은 전임 사장이 추진한 이 사업을 이어받아 세부 설계까지 진행하며 신사옥 건립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나, 돌연 KBS 본사 이전 계획 등을 이유로 해당 계획을 백지화했다.

    56억 날렸는데… KBS에 '주의'만 준 감사원


    공언련은 "2021년 하반기 열린 KBS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이미 거액의 설계비가 지불된 연구동 재개발 사업을 심의·의결도 없이 종료 처리하려 하자 '소수파(현 여권 추천)'에 속하는 이사들이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제지하고 나섰으나, 다수파 이사들은 심의·의결 사항이 아니라는 경영진의 주장에 편승해 심의·의결 절차를 모조리 생략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경영진이 연구동 개발비로 사용하겠다고 이사회에 수차례 보고한 거액의 부동산 매각대금 역시 이사회 심의·의결 없이 다른 용도로 전용됐다"고 지적한 공언련은 "지난해 7월 KBS노동조합(1노조)이 이 문제에 대해 KBS 직원 700여명의 서명을 받고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으나, 감사원은 지난 4월 3일 '심의·의결 절차를 밟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중대한 위법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사회를 처벌하지 않는 해괴망측한 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공언련은 "이같은 결정은 2017년 11월 당시 감사원이 KBS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이사 1인(강규형 명지대 교수)이 업무추진비 327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한 이유로 이사직 해임 처분을 내린 것과 비교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러한 처분은 명백히 '봐주기 감사'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법 당국에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언련은 "또한 2018년 당시 경영진이 AM 중계소 14개소를 매각한 자금(598억원)을 미래방송센터 건립에 사용하겠다고 이사회로부터 의결을 받고, 타 용도(제작비·임금 등)로 전용한 것은 '공금 무단 전용'에 해당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그런데도 이사회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기업에서 '부실경영'과 '부실감독'이 수차례 반복된 것을 감사원이 확인하고도 제재 조치를 생략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공언련은 "△설계용역비(56억원) 손실 △그 외 기회비용 손실 △부동산 매각대금(598억원) 무단 용도 전환 등을 포함해 KBS가 공적재원을 낭비 혹은 유용해 발생한 손실은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일련의 사안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