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배제는 소비자 선택권 무시한 처사"지난해 민생지원금 불편 재현 우려상인들 "매출 증대 기대" vs "시장 안에서도 사용처 제외""소비자가 생산자 지원 수단 전락…실효성 의문"
-
- ▲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전통시장에 위치한 점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 안내문과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참여점포' 스티커가 붙어 있다. ⓒ임찬웅 기자
"지원금 사용처를 특정 장소에 묶어두는 건 정책이 아닌 강요죠"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주부인 50대 이모씨는 오는 27일 지급 예정인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모씨는 "지난 재난지원금 때도 그랬지만, 전통시장 같은 특정 장소에서만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한 선택권 침해"라며 "어디서 장을 볼지는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인데 정부가 시장에 가서 소비하라고 등 떠미는 꼴 아니냐"고 말했다.이날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물가 대응책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을 개시한다. 지원금은 가구 특성에 따라 10만~60만 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지급은 오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소득 하위 70% 일반 국민 대상의 2차 지급은 5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지급된 지원금은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충전, 선불카드, 또는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제공된다. 이번 지원금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은 사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
- ▲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전경. ⓒ임찬웅 기자
◆"지원이 아닌 강요" … 소비자 선택권 침해 지적시민들은 정부의 지원금 사용처 제한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지급된 민생회복지원금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사용처가 대거 제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고스란히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대형마트를 자주 찾는 40대 최모씨는 "사치재를 파는 백화점 등을 제한하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서민들이 생필품을 사러 자주 찾는 대형마트까지 막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민생회복지원금 때도 집 앞 마트에서 사용을 못 해 불편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30대 직장인 탁모씨도 "특정 장소에서만 지원금을 쓰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정부가 일부 업종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시민들의 소비 장소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번 지원금이 '고유가 대책'이라는 명칭과 무색하게 정작 주유소 이용이 어렵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뉴스를 보니 규모가 큰 대형 주유소도 매출 기준 때문에 못 쓴다고 하던데,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이 맞는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이어 "집 근처 마트에서 편하게 장 보던 사람들에게 시장까지 가라는 것도 정책이 아닌 소비자 권리 침해"라며 "정부가 시민들 장바구니 동선까지 지정해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소득 기준에 따른 역차별과 국가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소득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30대 강모씨는 "나도 세금을 내는 국민인데 매번 지원 대상에서 빠지니 박탈감이 크다"며 "국가 부채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무차별적 현금 살포 정책을 도대체 몇 번이나 반복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 ▲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전통시장 전경. ⓒ임찬웅 기자
◆"손님 몰릴 것" … 기대감 속 소외된 점포도전통시장 상인들은 대체로 이번 정책 역시 반기는 기류를 보였다. 대형마트로 향하던 발길이 시장으로 오며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마포구에 위치한 전통시장에서 채소 점포를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지난 재난지원금 때도 확실히 매출이 올랐던 기억이 있다"며 "고물가에 손님이 줄어 장사가 예전만 못한데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도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영등포구 소재 전통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백모씨도 "이번 지원금 역시 지난 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방문 손님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반면 전통시장이라 해서 모든 가게가 사용처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연 매출 30억 원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에 걸려 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점포들 역시 존재했다. 이들 점포에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행한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사용 불가' 푯말이 붙어 있었다.마포구 전통시장에서 과일 점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우리 가게는 매출이 높아 지난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됐다"라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사용처 제한 정책을 이해는 하지만, 시장 내 몇몇 점포가 제외되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계획 브리핑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 주권 침해 … 소상공인 보조금 전락"전문가들은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 정책과 관련해 소비자 주권 침해와 정책 목적의 전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역·업종 규모·결제 수단 등을 제한하는 것은 정부가 지원금의 사용처를 사전에 결정한 것과 다름없다"며 "소비자가 무엇을 구매할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소비자 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 보전과 지역 소상공인 활성화라는 목적이 혼재되면서 소비자가 오히려 생산자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라며 "피해지원금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상공인 보조금 성격이 강해 소비자 후생이 진작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막상 지원금을 받았지만 사용처가 제한되다 보니 가치 있게 쓴다고 느끼기가 어렵다"라며 "영세 자영업자를 도울 목적이라면 해당 정책보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직접 세금 혜택 등을 지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