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감사국 "곽씨가 안 사장에 A사 주식 명의신탁"MBC노조 "거짓말로 CJ 감사 업무 방해‥ 진상 밝혀야"
  • ▲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 ⓒ연합뉴스
    ▲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 ⓒ연합뉴스
    안형준 MBC 신임 사장이 2013년 '고교 후배'인 드라마 PD의 부탁을 받고 '주식명의'를 대여했다는 의혹이 MBC 특별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15일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방문진에 접수된 '진정서'를 토대로 안 사장의 '공짜 주식' 보유 의혹을 조사한 MBC 감사실은 "2013년 안형준 사장 명의로 주주 명부에 등재된 A사의 주식은 제보자 김OO 씨가 CJ ENM 곽OO 씨에게 무상 증여한 것을 안형준 사장 명의로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세 당사자가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다.

    MBC 감사실은 2016년 CJ ENM 소속 PD였던 곽OO 씨가 '공짜 주식' 수수 혐의로 사내 감사를 받을 때 안 사장이 '해당 주식은 본인 소유'라고 허위증언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보자가 2016년 CJ 감사팀에 곽씨의 부당행위 조사를 진정했고, 곽씨의 부탁으로 안형준 사장이 A사 주식이 본인 명의로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CJ 감사팀은 A사 주식 9.9%의 실소유주를 확인할 수 없어 감사를 종결했다"고 MBC 감사실은 덧붙였다.

    방문진 "주식 무상 취득 아냐… 사장 결격사유 없다"


    이 같은 MBC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한 방문진은 안 사장의 명의로 등재된 A사 주식이 곽씨 소유라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안 사장이 이 주식을 무상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를 사장 결격사유로 보기도 어렵다"고 해석했다.

    방문진은 "이미 알려진 사실 외에 새로운 사실은 없고, 안 사장의 기존 주장이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으며, 이러한 행위는 비판의 소지가 있어 유감스러우나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현재로선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어 현재 MBC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자진사퇴나 경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며 전날 있었던 제7차 임시이사회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곽씨가 본인이 연출한 드라마에 프리비전(Privizion) CG 장비를 납품한 업체 측으로부터 9.9%의 주식(9억원 상당)을 무상으로 받았고, 이 같은 의혹을 조사한 CJ 감사팀에 안 사장이 "해당 주식은 내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안 사장은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 '도덕성' 면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2013년 당시 곽씨는 CJ ENM 소속 감독으로 일했는데, 드라마 '빠스껫 볼'을 찍으면서 국내 드라마 최초로 프리비전 장비를 촬영에 도입했다. CG 외주 계약 당사자는 CJ ENM과 A사였지만 연출자인 곽씨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따라서 곽씨가 해당 드라마에서 A사의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A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고교 후배' 부탁에 명의 대여… 배임수재 공범 의혹

    이와 관련,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곽씨의 주장에 따르면 A사의 지분 9.9%를 주식대금을 내지 않고 획득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연출한 드라마 '빠스켓 볼' 제작사가 A사와 계약해 일감을 준 것은 자기가 대주주인 회사에 자기가 연출자로 일감을 준 꼴이니 '배임'의 소지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또한 안 사장이 이러한 배임 소지를 알면서도 곽씨를 위해 명의를 계속 빌려줬는지 의문"이라며 "나중에 제보자와 곽씨의 사이가 틀어지고 CJ ENM과 MBC에 투서까지 했다고 하니, 적어도 나중에는 안 사장도 알았을텐데 지금까지 지분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그래서 안 사장이 곽씨의 배임을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당시 곽씨가 왜 자신의 회사에 A사 지분 소유 사실을 밝히지 않고 안 사장에게 위증을 부탁했는지, 또 안 사장은 왜 자신이 A사 주식의 소유자라는 허위진술을 했는지 명확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MBC노조는 "김원태 MBC 감사가 방문진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MBC 감사국은 곽씨가 자신의 드라마에 납품한 회사로부터 주식을 받은 것은 명백한 업무상 배임수재죄고, 안 사장은 그 공범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처벌할 수는 없지만, 도덕적 비난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특히 2016년 CJ ENM이 곽씨의 주식 수수에 대해 감사를 했고, 이때 안 사장이 해당 주식이 본인 것이라고 거짓말한 사실만으로도 업무방해죄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더구나 이 죄는 공소시효까지 남아 있어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태"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사상 최초로 MBC 사장이 형사범죄로 처벌받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 MBC노조는 "내정자 발표 전 이러한 투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사장 선임을 강행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야권 이사들은 이제 그만 MBC를 망가뜨리고 물러가라"고 촉구했다.

    안형준 MBC 사장 "10년 전엔 불법 아니었다"


    앞서 안 사장은 '주식 무상 취득'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10년 전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는 주식명의 대여 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이었고, 실제로 주식을 받은 적도 없다"며 위법성을 부인한 바 있다.

    이 글에서 안 사장은 "2013년 후배의 부탁을 거절 못해 명의를 빌려줬지만 결코 주식을 받지 않았다"며 "단 1원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 또한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명거래를 처벌하는 개정 금융실명법이 2014년 11월 발효된 사실을 거론한 안 사장은 "당시 불법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인정에 이끌려 명의를 빌려준 사실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2일 MBC노조가 안 사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임명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도 안 사장의 비위 의혹을 방기한 방문진을 검사·감독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안 사장의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MBC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