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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칼럼] "미국 의회민주주의, 펄펄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하원 의장 선출 놓고 15번 투표...보수 강경파 영향력 확대"미국 공화당의 갈등은 보수 영향력 강화 위한 진통"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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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1-11 10:35 수정 2023-01-11 10:35

▲ 김창준 전 美연방하원의원. ⓒ연합뉴스

의장 선출 둘러싼 3일 반나절간의 진통

1월 7일(미국시간) 미국 연방의회 하원에서 15번째 투표만에 극적으로 캐빈 매카시(57)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133번 투표를 한 1856년(최다) 이래 역대 다섯번째 기록이다.

미국 연방의회는 임기 6년의 상원과 임기 2년의 하원으로 구성된다.
미국 헌법은 회기 시작을 홀수 해 1월3일 정오로 지정해 놓았다.
하원은 회기 첫날 ① 의장 선출 ② 의원 취임식 ③ 새 회기 운영규칙 표결을 진행한다.
보통 ①과 ②는 무난하게 진행하고, ③을 놓고 논쟁과 난항을 겪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 118회기는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무려 4일을 소비했다.

하원의장 선거는 대부분 형식적으로 진행된다.
양당이 자당 서열 1위 의원을 후보로 추천-지명하고 본회의에서 재적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의장이 된다.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서열 1위인 캐빈 매카시 의원에게 표를 던지고, 소수당이 된 민주당은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52) 의원에 표를 몰아주어 단합을 과시할 것으로 보였다.

222명의 공화당의원과 213명의 민주당의원, 총 435명의 정원으로 구성된 하원의 의장 선거는 218표를 얻는 후보가 의장이 된다.
매카시 의원 입장에선 자당 의원 222명 중 5명 이상이 이탈하면 의장이 될 수 없는 구조.
1차 투표에서 19명의 반란표가 나타나면서 공화당의 당내 진통이 시작됐다.
4~6차 표결에는 이탈자가 21명으로 늘기도 했다.

미국 하원의장 선거는 전자투표기를 사용, 결과가 바로 전광판에 집계되거나 투표지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개표를 진행하는 한국국회와는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의원 하나하나를 호명하고, 호명된 의원이 “매카시” 또는 “제프리스”라고 지지후보 이름을 부르는 방식을 사용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선거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1월 3일 3차 투표까지 하고 중단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미국 헌법상 하원의장이 선출되어야 하원의 활동이 시작된다.
118대 하원 임기는1월3일 정오부터 시작됐지만, 의장선거가 끝난 1월7일 오전 1시까지 공화-민주 양당 하원의원들은 의장 선출 외에는 그 어떤 의정활동도 할 수 없었다.
약 3일 반나절 동안 미국 하원은 진공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프리덤 코커스, 매카시 의원에 견제구

매카시 의원의 의장 선출을 막고 나선 공화당내 의원들의 중심엔 프리덤 코커스(House Freedom Caucus)가 있다.
공화당내 여러 갈래 세력 중 가장 보수적 정치견해를 가진 그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노선에도 우호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미국 정치풍토는 한국과 너무도 다르다.
한국 정치는 서로 고향을 따지고 학교를 어딜 나왔는지 편 가르며, 조금이라도 연결 되면 형님-동생 하면서 금새 한 편(진영)이 되어 버린다.
반면,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 개인의 인권 (Individual Rights & Freedom)과 이념을 더 중요시한다.
때문에 이번 미국 하원의장 선거에서는 공화당내 의원들간 이념 차이가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프리덤 코커스를 주축으로 매카시 의원에 견제구를 날린 의원들은 매카시 의원의 지도력에 의문표를 던지며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
트럼프 전대통령이 선거 때 지원을 했던 이들 20여명의 강경 우파 보수성향 의원들은 매카시 의원이 "보수의 지도자로서 너무 약하다"며 거듭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는 트럼프대로 차기 대통령으로 재기하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매카시 후보를 지원하며 이들 반대파 설득에 나섰다.
트럼프 반대파들은 왜 트럼프가 국회의장 선거에 관여해 이 모양을 만드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양측 물밑 협상(사실상 프리덤 코커스의 영향력 확대)으로 매카시 의원은 15차 투표에서 가까스로 216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때 트럼프 등의 적극적 설득으로 6명의 반대파 의원이 매카시 지지투표가 아니라, 그냥 ‘재석’(present, 즉 투표 안함)을 외쳐 과반수 기준을 215표로 낮추는 묘수까지 동원됐다.

이들 반대파 설득에 매카시 의원이 어떤 약속을 했는 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대충 이렇다.
- 하원 운영위(Rule Committee : 본회의 상정 법안에 대한 토론-투표 규칙을 정하는 전권을 행사한다)에 프리덤 코커스 추천 의원 복수 진출
- 의장 불신임 투표(Motion to vacate the Chair) 최소 동의 의원수를 5명에서 1명으로 축소
- 본회의 상정 사안 검토에 최소 72시간 보장
- 법안 수정조항(amendment) 추가시 운영위를 거치치 않고 본회의 직접 표결 요구 권리 보장

이것은 결국 매카시 의원의 의장으로서의 권한 약화와 프리덤 코커스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살아 움직이는 미국 의회민주주의

하지만 이런 갈등이 오히려 지금까지 기득권 정치인들이 이끌어 왔던 의회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지난 4일간의 갈등을 통해 의원들 개개인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고쳐지지 못했던 의회의 부패했던 부분을 바로잡고 국민여론이 우선시 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됐다.
즉, 본질적 보수의 의미를 되살린 의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분열은 단순히 분열이라고 보기에는, 프리덤 코커스가 요구한 것들이 자유민주주의 미국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사안들이었다는 평가다. 

우여곡절끝에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당선됐으나, 이건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까지 많은 법안들이 실제 미국 국민들의 요구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히려 균형을 잡아주는 세력이 생겨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정치 절차가 다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늘고 있다.
222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 보수 정치의 강점을 살리면서 매카시 의원을 주축으로 뭉쳐, 앞으로 해결해야 할 예산 문제며 법안들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최초로 한국계 미국 공화당 의원을 지낸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의회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갈등이었다고 평가하게 됐다.
미국 의회민주주의는 이렇게 펄펄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한국 국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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