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작전으로 러군 농락...러 미사일 낭비시켜포탄 바닥난 러, 북한에 손 벌리기까지
  • 우크라이나 위장전술 관련 기사ⓒ워싱턴포스트
    ▲ 우크라이나 위장전술 관련 기사ⓒ워싱턴포스트
    러군 농락하는 위장전술

    우크라이나군의 위장전술이 러시아군을 제대로 골탕 먹이며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가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HIMARS) 모형을 전장에 배치했다. 목적은 러시아가 하이마스 모형을 공격하도록 유인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을 소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러시아가 나무로 만든 하이마스를 실제 무기로 인식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최소 10발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WP는 전했다. 통상 러시아는 정찰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위치를 파악한 후, 이를 흑해함대에 알려주면 함정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다.

    문제는 바로 러시아 정찰드론에 장착된 일본제 상용 디지털카메라 성능상 모형과 실제 하이마스를 분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무로 만든 하이마스 모형을 타격하기 위해 값 비싼 미사일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미끼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는 군복을 입고 대공미사일을 든 '허수아비 병사'나 장갑 차량으로 위장한 승용차를 활용했는데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가짜 하이마스 작전이 성공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하이마스 모형을 제작할 것이라고 WP는 밝혔다.

    하이마스가 뭐길래

    러시아가 안 그래도 부족한 미사일을 동원하면서까지 하이마스를 제거하려는 까닭은 하이마스가 그 만큼 러시아군에게 치명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하이마스는 다연장로켓인 MLRS에서 파생했다. MLRS는 무겁고 크며, 궤도형이라서 기동력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C-130 수송기를 통한 수송이 불가능하다.

    이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MLRS의 발사대를 절반으로 줄이고, 중형전술트럭(MTV)에 탑재한 것이 바로 하이마스다. 그러므로 하이마스는 MLRS에 비해 속도도 빠르고 무게가 가볍다. 이에 하이마스는 목표물을 타격하고, 재빨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치고 빠지는(shoot and scoot)' 전술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하이마스는 C-130수송기로 아예 수송이 불가능한 MLRS와 달리 동시에 2대까지 수송할 수 있어, 미 해병대, 주 방위군, 미 육군 등 다양한 군종에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나아가 하이마스는 일반 로켓탄 이외에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를 발사할 수 있다. 에이태킴스 미사일을 사용하면 사거리와 정확도가 향상된다.
  • 하이마스ⓒ록히드마틴 유튜브 영상 캡처
    ▲ 하이마스ⓒ록히드마틴 유튜브 영상 캡처
    이런 특성을 지닌 하이마스는 그동안 러시아군의 탄약고, 병참선, 물류창고 등을 정밀타격해 파괴시켰다. 따라서 하이마스는 러시아군 입장에서 가장 신경이 거슬리는 무기다. 서방에서는 하이마스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체인저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달부터 장군들에게 최우선으로 하이마스를 파괴하라고 명령할 정도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하이마스 타격에 전력투구하는 러시아군의 상황을 역이용해 유인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최근 쇼이구 장관과 러시아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거의 매주마다 하이마스를 포함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게 지원해준 로켓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타격한 사실을 자랑한다고 WP는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한 외교관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리가 제공한 것보다 더 많은 하이마스를 타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은 쇼이구 장관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현재까지 미국은 총 16대의 하이마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바로소 군사전문가도 WP에 "러시아가 가짜 하이마스 모형을 타격해놓고 전쟁 성과를 부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탄약고-지휘소 족집게 타격

    이어 미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미끼 전략'이 포격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포격전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로켓시스템과 미사일 비축량을 고갈시키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요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WP는 우크라이나의 위장전술의 또다른 이점은 하이마스를 두려워하는 러시아가 무기고, 지휘 및 통제 연결망의 접속점을 최전방에서 멀리 떨어지게 옮기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 바로소 군사전문가는 "이런식으로 재배치된다면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주로 의존해왔던 '대규모 포격(Mass Artillery fires)'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하이마스 타격으로 미사일 비축량이 바닥난 상황에서, 탄약재고까지 고갈되자 수백만 발의 미사일과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구입했다고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