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법조인 대부분 '금융·특수통'… '주가조작' 기소됐던 김성태 전 회장과 연관"검찰 수사기밀 5월24일 유출"… 쌍방울, 수원지검장 새로 부임하자 무리수 둔 듯FIU, 수상한 자금 흐름 파악… 쌍방울 경영진, 최근 5년간 100억대 횡령 가능성
  • ▲ 쌍방울그룹 사옥 전경.ⓒ강민석 기자
    ▲ 쌍방울그룹 사옥 전경.ⓒ강민석 기자
    쌍방울그룹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등 수사 기밀자료가 유출된 시점이 홍승욱 수원지검장이 부임한 바로 다음날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쌍방울에 전직 검찰 관계자들이 대거 포진한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기밀 유출 시점을 지난 5월24일로 특정했다. 6일 전인 18일 윤석열정부의 첫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가 단행됐고, 전날인 23일 홍승욱 수원지검장이 부임한 것을 감안하면 시기가 미묘하다고 동아일보는 평가했다. 

    전임 신성식 수원지검장이 쌍방울 수사를 뒤로 미루다 홍 지검장이 부임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자, 쌍방울이 내부의 검찰 인맥을 동원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 사외이사 대부분 대기업 비리·금융범죄 전문

    쌍방울에 검찰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한 사실은 지난 17일 시사저널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쌍방울 그룹이 최근 몇년간 검사 출신 변호사를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한 사실을 전하며,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 비리나 금융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했던 '특수통' 검사들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구속했던 검사 역시 쌍방울그룹 임원으로, 총 7명의 검사 출신 변호사가 현재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재직 중이다. 쌍방울그룹에 몸담고 있는 전직 검찰 수사관 3명까지 합하면 10명에 달한다.

    전직 부장판사 2명과 치안감 1명도 있다. 쌍방울그룹에는 경찰 출신도 있는데, 이들을 합하면 최소 10~14명에 달하는 사법기관 출신들이 쌍방울그룹에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해와 올 초 사임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 4명을 포함한 것이다.

    '김성태 전 회장 고향' 전북 중심 검찰 인맥도 특이점

    쌍방울 수사 기밀 유출 직후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은 전직 검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검찰 인맥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목되는 사실은 먼저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로 영입된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기업 수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금융·특수통이라는 점이다. 

    이 배경에는 과거 금융범죄로 구속된 김 전 회장의 전력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할 당시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4년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또 김 전 회장의 고향인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검찰 인맥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도 특이하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김 전 회장은 주로 전북 출신 검사 및 수사관들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쌍방울 사외이사 송모 전 검사장과 이모 전 공안과장은 모두 전북 출신이라고 시사저널은 전했다. 

    수사 기밀 유출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수사관 출신 임원 역시 전북 출신이다.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로는 이건령 전 대검 공안과장(아이오케이퍼니), 오현철 전 남부지검 2차장검사(광림),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SBW생명과학), 김영현 전 부장검사(비비안) 등이 알려져 있다.

    강인철 전 전북경찰청장(아이오케이컴퍼니)과 안호봉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디모아) 등 경찰과 법원 출신도 있다.

    이태형 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비비안)와 이남석 전 대검 중수부 검사(쌍방울), 김인숙 전 대전지검 검사(디모아), 임동규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비비안)는 사외이사로 근무하다 2021~22년 일신상 사유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6부는 올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 흐름' 관련 자료를 건네받고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최근 5년간 쌍방울 계열사 간에 자금 교환이 지나치게 잦고 일부 액수가 불투명하게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100억원 안팎의 돈을 쌍방울 경영진이 횡령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기밀 유출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지난달 초 이 의원 변호를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 흐름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연관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