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가 밀어붙인 국민투표법, 본회의 상정 앞둬선관위 직원 '판단'으로 자료 제출 요구 가능선관위·투개표 허위 비방시 형사 처벌 조항까지野 "국민 입틀막 … 선관위 비밀경찰 게슈타포"
  •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 거수 표결 도중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이종현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 거수 표결 도중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속도를 내 강행 처리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두고 연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야당은 "개정안이 사실상 선거관리위원원회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현대판 게슈타포'법"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25일 정치권에서는 3차 상법 개정안과 사법 3법(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 왜곡죄) 등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 속에서도 밀어붙인 국민투표법도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투표법은 민주당이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표결을 밀어붙여 몇 시간 만에 처리해 본회의 상정을 앞뒀다.

    민주당은 헌법재판소가 2014년 '재외국민 투표권 행사 제한' 조항에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데 따라 재외국민 참정권을 보장하겠다며 법안을 손질했다. 이에 따라 국외부재자신고·재외투표인 등록신청·재외투표인명부 작성 등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법안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선관위에 부여한 권한과 형사 처벌 조항 등이 논란이 됐다.

    개정안을 보면 제14장 보칙 제85조(국민투표범죄의 조사 등)는 "각급 선관위(읍·면·동 선관위 제외) 위원·직원은 국민투표범죄에 관해 그 범죄의 현의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현행범의 신고를 받은 경우에는 그 장소에 출입해 관계인에 대해 질문·조사를 하거나 관련 서류 또는 그 밖에 조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선관위 위원 또는 직원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영장 없이도 증거 자료 확보가 가능하고 현장에서 행위 중단 및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영장주의를 부정하고 선관위를 비밀경찰로 탈바꿈시키려는 명백한 현대판 게슈타포법"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영장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선관위의 주관적 판단 하나에 무한한 직권을 부여해 국민의 기본권을 언제든 침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제96조 '국민투표자유방해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해당 조항은 "선관위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이 법의 집행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 집회·시위, 옥외광고물,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매체 또는 방법을 이용해 공연히 사전투표·국민투표 및 개표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한 사람" 등에 대해서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어 야당은 '국민 입틀막(입을 틀어막다)'법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곽 수석대변인은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공무집행방해죄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함에도 민주당이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마저 '입틀막'을 보장해 준 것"이라며 "게다가 특정 국가 행정기관의 업무에 대해 별도의 처벌 조항을 두는 것은 대한민국 법제상 찾아볼 수 없으며 공직선거법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그간 소쿠리 투표, 투표용지 반출 등 선거 관리 부실 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켰으며 이로 인한 사전투표제 안정성의 문제점 때문에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제 폐지 법안'도 발의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선관위의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비리 논란은 기관 전반의 불신을 불러일으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 위헌 소지의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법안 개정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곽 수석대변인은 "선관위는 '소쿠리 투표' 논란과 '자녀 특혜 채용 비리' 등으로 뼈저린 반성과 쇄신이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눈속임하면서 뒤로는 강력한 권한을 손에 쥔 것"이라며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선관위가 무도하게 밀어붙인 이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최종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과 선관위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독소 조항을 즉각 삭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