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본회의 직전 의총서 형법 개정안 일부 수정형사 한해 적용 … "명확성 추가, 위헌 소지 최소"'필버' 국힘 "오직 한 사람 방탄 위해 악법 강행"간첩죄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 올라
  • ▲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조계의 우려에도 국회 본회의에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다만 판·검사 처벌이 골자인 법왜곡죄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격론이 오간 끝에 일부 조항이 막판에 수정됐다. 민주당은 "위헌 소지를 최소화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5일 오후 4시38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가결한 뒤 45분쯤 형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에 이어 법왜곡죄 신설법에 대해서도 표결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안대로 처리할 것 같았던 기조를 바꾸고 본회의 상정 직전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법왜곡죄를 형사 사건에 한해 적용하는 쪽으로 수정했다고 전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법왜곡죄를 원안에서 수정하기로 했다"며 "개정안은 형사 사건에 한해 적용하고 각 호에 대한 명확성을 추가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타인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 일방을 유·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사건에 관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변조된 증거를 재판과 수사에 사용한 경우 등에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형법 개정안 123조의 2항 중 1호(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의 일방을 유·불리하게 만드는 경우)와 3호 일부(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는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민·형사 관계 없이 법 왜곡 행위에 대해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게 한 원안을 '형사 사건'에 한해 적용하도록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에 따라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 일방을 유·불리하게 만든 경우'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인 것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구체화해 수정했다.

    또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법관의 재량적인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추가했다.

    '논리나 경험칙' 부분도 삭제됐다. '증거 없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는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수정됐다.

    하지만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 강경파들은 수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법왜곡죄가 수정되고 당론으로 가는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며 "이것은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었다"며 "민사·행정 사건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법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를 외면했다. 누더기 법을 만든 데 대해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단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왜곡죄에 대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의 안녕이 아닌 오직 단 한 사람의 방탄을 위해 사법 시스템을 난도질하는 악법을 강행하고 있다"며 "국정 동력을 재난 수습과 민생 안정에 쏟아부어야 할 시기에 위헌적 입법 폭주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왜곡죄 신설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사법부 독립을 뿌리 째 뽑으려는 사법 개악"이라며 "제도의 본질을 파괴해 특정인의 방패로 삼고 법치를 허물어 범죄자 도피처를 만드는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오직 권력 유지에 혈안돼 민심의 불길을 외면한 채 정치적 방어벽만 쌓는 저들의 독단과 독선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난 오는 26일 오후 4시45분쯤 토론을 강제 종결하고 형법 개정안을 곧바로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형법 개정안은 법왜곡죄 도입과 함께 간첩죄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간첩죄 개정 내용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됐다.